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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육군, 진정한 국가방위 중심군으로

입력
2017.12.27 1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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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군대 갔다 온 남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고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진 존재로 기억 된다. 날아가는 사단장 헬기를 향해 경례를 했더니 휴가를 갔다고 하더라. 사단장이 지시하면 산도 들어 옮긴다. 사단장 온다고 부대 내 아스팔트 도로에 세제 뿌리고 수세미로 문질렀다하더라. 우리 부대는 사단장 온다고 아스팔트에 구두약 발랐다. 지금도 이런 확인되지 않는 전설들이 남자들에게 구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장군의 권한이 막강했다는 방증이다. 현재 각 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장군들은 대부분 1960년대 생이며 올해 첫 별을 다는 장군 중에는 1969년생도 있다. 그야말로 신세대다. 베이비붐 세대 장군들에 비해 신세대 장군들의 행동과 사고가 확연히 바뀌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장군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대화를 소개하겠다. 먼저 모 군단장이던 A장군은 “군단 참모들이 아침 회의 보고자료 만드느라 새벽 4시에 출근하여 보고서를 만들고는 피곤에 절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그 보고서 내용은 결국 ‘이상무’다. 이상 있으면 군단장인 내가 밤에 자다가 뛰어나왔지 아침에 출근했겠나. 그래서 보고서 만드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정시 출근해서 맑은 정신으로 업무보라고 했다.” 그 군단의 장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갖게 된 것이다.

모사단장 B장군은 “병사들의 병영악습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유치원 때부터 10여 년간 1년씩 친구를 맺어 오다가 군에 와서 갑자기 한 달씩 선ㆍ후임이 세분화되는 충격을 받는다는 요인을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 부대는 1년씩 동기를 맺게 했다.” 실제로 그 사단은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동기가 많아진 덕분인지 이듬해 자살자가 사라졌다. 파격적이거나 당연하지만 아무도 하지 못한 것들을 시행한 혁신가들이다. 이런 혁신들은 조직을 발전시킨다. 이제 그런 혁신을 군대 전체에 집행해야 하는 시기가 됐고, 그게 바로 국방개혁이다. 또 신세대 장군들의 시대가 됐기 때문에 그 결과도 기대가 크다.

국방개혁은 기존의 틀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조직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데 그게 바로 육군이다. 지금까지의 군 인사를 보면 육군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모질다. 국방부 장ㆍ차관은 물론 차관보급 자리 5개 대부분을 육군출신들이 맡아왔는데 전부 빼앗기고, 사이버사령관을 비롯한 3군 공통직위와 국방부 국장, 과장자리 중 노른자 자리 상당수를 해군과 공군에게 내줬다. 장군 숫자도 줄게 된다. 기득권군인 육군 내에서도 가장 기득권층인 육사출신들, 그 중에서도 보병, 보병 중에서도 작전 전공자들에게는 직격탄이다.

이 모든 것들을 집행하고 감내해야 하는 현재의 육군수뇌부는 상당히 불행한 사람들이다. 개혁을 잘 진행하면 선ㆍ후배들에게 조직을 보위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고사하고 어쩌면 자리 보존을 위해 조직을 팔았다는 극언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열은 위험하다. 아직 육군은 스스로 수술칼을 들어 아프지만 생존에 지장 없는 살을 골라서 발라내고, 죽지 않을 곳을 골라 뼈를 몇 개 추려낼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이번 개혁이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수준이 되면 수술칼이 아닌 톱이 들어와 무자비하게 난도질할 수도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장군이 변한 것보다 사회는 더 많이 변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언제나 변화에 목마르다는 것을 알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시대가 끝나고 신세대 장군들의 시대가 된 지금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국방개혁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을 든든하게 지켜 줄 강한 군대의 기틀을 마련하기 바란다. 아프겠지만 한 번에 수술을 끝낸 후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육군의 슬로건인 ‘국가방위 중심군’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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