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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지하철, 파업ㆍ사고ㆍ성추행 등 부정적 시각 많았다

입력
2016.07.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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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이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주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타인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오메가패치’라는 계정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해당 계정에서 지하철 임산부지정석에 앉은 남성을 몰래 사진 찍어 온라인상에 유포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현재 해당 계정은 폐쇄된 상태이지만, 경찰은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되자 오메가패치 운영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005년 ‘개똥녀’ 사건 이후 지하철은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하철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뉴스들은 가끔 훈훈한 미담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범죄와 다양한 갈등이 일어나는 지점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에 대해 매일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지난 3년간의 트위터 분석을 통해 지하철에 대한 이용자 인식을 살펴보기로 했다.

지하철, 연관어 부정적 비중이 높아

1974년 서울에서 처음 개통된 지하철은 지금까지 40년간 시민의 발로 역할을 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지하철로 대표되는 도시철도의 연수송 인원은 25억명을 넘어서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7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 출퇴근이나 통학은 물론 다양한 필요 이동에 있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지하철이기에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지하철의 정시(定時)성은 생활시간 배분에서 합리성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선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고 공유하는 공간이기에 다양한 불만이 나타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2013년 10월부터 2016년 7월 6일까지 지하철을 키워드로 하여 실시한 트위터 버즈(닐슨코리안클릭 제공)의 감성 분석을 긍정ㆍ부정적 요인으로 나눠 도출한 후 몇 가지 주제별로 정리해봤다. 비중에 있어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은 부정적 요인인데 이를 제도와 대상, 그리고 주요 행동으로 구분하였다. 제도와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에 큰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과 ‘중단’ ‘사고’가 나타났다. 대상의 경우 우선 ‘사람’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였는데, 사람 자체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사람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다양한 행위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여자’ ‘아저씨’ ‘아줌마’ ‘노인’, ‘할배’ 등이 언급되었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언급된 ‘남성’이나 ‘노인분’과 비교했을 때, 특정 행위에 대한 반감이 대상에 대한 호칭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하철 내 ‘행동’의 측면에서는 기본적인 시설의 문제와 동승자와의 관계의 문제로 크게 나뉘는데,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는 결합하여 나타난다. 출퇴근 시간대의 과밀한 인원으로 인해 밀리고, 좁게 껴있을 수밖에 없는 혼잡한 상황 속에서의 불만이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조적으로 서로 마주 볼 수밖에 없는 좌석의 배치, 다리를 벌리고 앉는 남성이나 화장하는 여성에 대한 불만, 그리고 배낭을 뒤로 메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행위 등도 자주 지적되는 불만으로 작용했다. 또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해서 문제 제기 되어왔던 몰카와 성추행의 문제와 함께 지하철 범죄도 여전히 해결의 필요가 느껴진다.

물론 지하철에 대한 긍정적 표현도 존재한다. 빠르고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점과 함께 노선의 개통과 연장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부대끼며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그 상황 속에서 양보와 배려가 가져다주는 뿌듯함과 나에게 불편을 끼친 타인이 전해주는 미안하다는 표현은 감정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우리는

지하철 이용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일상에서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지하철이 될 수 있을까. 앞에서 분석한 연관어 속에도 나타났지만, 근본적으로는 노선이 늘고, 운행 간격이 줄어 탑승 인원이 분산되어야 쾌적함과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운영에서의 적자나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대안으로 효율적인 제도 개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객차 내부에서 물품의 판매를 금지한 것이나 실내 온도를 달리하는 객차 배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시설과 제도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동승자끼리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최근 임산부석이 논란이 되기 전까지 지하철 좌석을 두고 나타난 갈등은 주로 세대 간의 문제였다. 갈등이 지속하면서 아무리 만원이어도 경로석에는 젊은 세대가 절대 앉지 않았고, 또 경로석이 아닌 좌석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할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각박해지다 보니 말은 사라지고, 제도가 정해준 최소한의 행동원칙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법칙처럼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작은 소통이 필요하다. 배려하고 양보하기 위해 건네는 한 마디가 필요하다. 그래야 스마트폰을 보지 않더라도 시선을 둘 수 있는 곳이 생기고, ‘화만 내는 무서운 어르신’이나 ‘버릇없고 자기만 아는 젊은이’라는 이미지가 오해나 편견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제도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더불어 살기 위한 훈훈함으로 메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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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3년 10월 1일 ~ 2016년 7월 6일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함.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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