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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필립 클레이, 김상필 (5.21)

입력
2018.05.21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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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오늘 별세한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의 빈소. Simone Eun Mi
2017년 오늘 별세한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의 빈소. Simone Eun Mi

8살이던 1983년 미국으로 입양돼 28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필립 클레이(Phillip Clay, 1974.12.30~ 2017.5.21)가 1년 전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입양되면서 한국 국적을 잃었으나 양부모가 신청을 하지 않아 미국 시민권도 얻지 못했다. 20대 때부터 양극성장애을 앓아 보호시설을 전전했고, 약물 중독과 강ㆍ절도 등 범죄자로 지내다 추방됐다. 한국서도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빈곤 속에 교도소와 구호시설을 오가야 했다. 그의 죽음은 ‘고아 수출국’ 한국의 오명과 입양아동 복지에 대한 정책 당국의 무관심, 미국의 냉담한 이민정책을 새삼 고발하는 계기가 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첫 이민가정에서 파양된 그는 84년 필라델피아 조셉 클레이라는 이에게 다시 입양됐다. 양부모가 그의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은 까닭은 알려진 바 없다. 입양으로 가족 구성원이 되는 순간 시민권을 얻게 된다고 여겼을 수 있고, 서류 작업이 성가셨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미 의회가 입양 아동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 시민권 법(Child Citizenship Act)’을 가결한 것은 2000년이었지만 소급 적용 조항은 없었다. 즉 83년 이전에 태어나 법 시행 시점에 이미 성인이 된 무국적 입양인은 구제받지 못했다. 2017년 현재 미국에는 약 3만 5,000여 명의 입양 무국적자가 있고, 그 중 절반이 넘는 1만 8,000명이 한국에서 입양 간 이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청년기 비행과 범죄로 전과자가 됐지만 뒤늦게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며 그린카드를 신청했다가 전과 조회에 걸려 졸지에 혼자 추방돼 가족과 생이별한 예도 있다. 한국서 미국으로 입양돼 38년간 살다가 41세이던 2017년 추방된 애덤 크렙서(Adam Crapser)가 그 경우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은 내게 가족이 생기고 아이들이 생길 때까지, 다시 말해 잃어버릴 뭔가를 얻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중년 나이에 단 한 명 지인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모국에서 그들이 설 자리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 최근 법무법인 ‘화우’의 공익재단이 해외입양인 법률지원을 약속한 예는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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