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22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상대팀에겐 ‘통곡의 벽’으로 불린다.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안정적인데다 199㎝의 큰 키에도 동물적인 순발력까지 갖췄다. 일각에서는 현역 세계 최고의 골키퍼 독일 마누엘 노이어(28ㆍ바이에른 뮌헨)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쿠르투아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16세 341일 때인 2009년 4월18일 벨기에 프로축구 헹크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010~11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고 소속팀의 리그 우승때 골문을 봉쇄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이적한 쿠르투아는 페트르 체흐(32)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어 곧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됐다.
역설적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기회의 땅이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유로파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13년에는 스페인 국왕컵 우승, 리그 최소 실점률(37경기 29실점)을 기록해, 골키퍼에게 주는 ‘사모라상’을 수상했다.
쿠르투아의 활약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올해 단연 빛났다. 2013~14 시즌 리그 36경기에 나가 23골만 허용해 소속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실점률은 0.64로 부문 1위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8일 FC 바르셀로나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8년 만의 리그 우승을 한다.
쿠르투아의 ‘미친’ 선방쇼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돋보였다. 12경기 중 11경기에 나서 6골만 내주고 팀의 40년 만에 챔스리그 결승 진출을 도왔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도 쿠르투아를 뚫지 못했다. 4강에서 만난 친정 팀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은 “쿠르투아가 쳐내기 불가능할 것 같은 슛을 모조리 막아내 우리의 기를 꺾었다”고 말했다.
쿠르투아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10경기에 출전해 4골만 허용했다. 홍명보호의 골키퍼 김승규(24ㆍ울산)는“지난해부터 쿠르투아의 경기를 많이 봤는데 약점을 꼽기 어렵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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