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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저 찌그러진 곳에서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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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저 찌그러진 곳에서 마지막으로”

입력
2017.03.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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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찾은 정홍원 전총리 등 “죄송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조은화양 엄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 엄마 박은미씨가 2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역에서 반잠수선에 실려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조은화양 엄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 엄마 박은미씨가 2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역에서 반잠수선에 실려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이 엄마가 (뭍으로 돌아가니 마음이) 많이 아팠나 봐요.”

26일 오전 10시 10분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미수습자인 허다윤양의 엄마 박은미씨가 다시 배에 올랐다.

전날 내린 비가 애들 눈물이라고, 그 ‘눈물비’를 맞았다는 박씨는 딸 곁에 다시 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다윤이 엄마는 22일 오전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을 타고 진도 바다로 나가 인양 공정을 3박 4일간 노심초사 지켜봤었다. 인스턴트 밥과 라면으로 허기를 면하고 망원경으로 세월호만 쳐다봤었다. 원망스러운 배가 반잠수선에 안착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육지로 잠시 돌아온 그는 21시간 뒤 또 바다로 향했다. 다윤이 아빠 허흥환씨는 이날 몸이 아파서 아내와 함께 가지 못하고 팽목항을 지켰다. 그는 “딸이 돌아오면 따뜻하게 품에 안아줄 것”이라고 했다.

박씨 말에 마음이 아렸는지 또 다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엄마 이금희씨도 함께 승선했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 4명도 같은 마음이었다. 전날 오후 9시 15분쯤 선체를 다 드러낸 세월호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게 마음이 걸렸다고 했다. 10개월째 이들의 식사 등을 챙긴 한 자원봉사자는 가족들이 떠난 뒤 휴게실 뒤편에서 흐느꼈다.

가족들은 세월호를 안은 반잠수선으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배 주위를 한 바퀴 크게 빙 돌면서 세월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하기 전 선체에 남은 바닷물과 남은 기름 등을 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은화 엄마는 배 꼬리(선미) 일부가 찌그러진 모습을 보고는 “은화가 마지막으로 저기 있었다”며 오열했다. 다윤이 엄마도 눈물을 훔치며 “미수습자 9명이 한 번에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화 엄마는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머리카락 한 올, 손톱 하나라도 찾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주말 팽목항 분향소에는 성공적인 인양 소식을 듣고 내려온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정홍원 전 총리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팽목항 분향소를 참배한 뒤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죄송하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진도군은 진도항 개발사업과 관련한 ‘팽목항 분향소 철거’논란에 대해 “팽목항 분향소 등 시설물은 3년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세월호 수습 완료 전에 철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도=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마지막 항해' 준비 준비 중인 세월호. 연합뉴스
'마지막 항해' 준비 준비 중인 세월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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