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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늘어난 기근, 원인은 음식물쓰레기?

입력
2017.09.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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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분쟁이 늘어나면서 감소하던 기아 인구 역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16일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미얀마 정부군의 박해를 피해 온 로힝야족 어린이가 사탕수수를 먹고 있다. 방글라데시=정민승 특파원
전세계에 분쟁이 늘어나면서 감소하던 기아 인구 역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16일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미얀마 정부군의 박해를 피해 온 로힝야족 어린이가 사탕수수를 먹고 있다. 방글라데시=정민승 특파원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던 기아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했다. 지난 15일 유엔(UN)이 발표한 ‘2017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성적인 영양실조상태에 놓인 사람은 세계 인구의 약 11%인 8억1,500만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7억 7,700만명보다 약 3,800만명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5억2,00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프리카 2억4,300만명,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가 4,250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아인구가 늘어난 주된 이유는 분쟁이다. 보고서는 “전체 기아인구의 절반이 넘는 4억 8,900만명이 분쟁 지대에 살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내전과 전쟁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기아 인구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분쟁 외에 기아 인구 증가에 일조하는 뜻밖의 요인이 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유엔이 발표한 ‘2017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 보고서에 따른 전 세계 만성영양실조 실태. 유엔식량농업기구 홈페이지.
유엔이 발표한 ‘2017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 보고서에 따른 전 세계 만성영양실조 실태. 유엔식량농업기구 홈페이지.

먹기도 전에 버려지는 음식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선진국 국민들이 과식을 하며 먹고 남긴 음식물에 가려진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생산되자마자 버리는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한 해 약 13억톤의 음식물을 바다에 버린다. 이는 전 세계 식량생산량의 3분의 1에 이른다. 유엔은 이중에서 먹고 남은 진짜 쓰레기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낭비되는 음식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선진국에서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음식물 쓰레기 양은 각각 6억7,000만 톤, 6억3,000만 톤으로 비슷하다.

음식물쓰레기의 상당량은 식품의 저장ㆍ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 필요한 사람의 손에 닿기도 전에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산의 한 논에서 벼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전혜원 기자.
음식물쓰레기의 상당량은 식품의 저장ㆍ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 필요한 사람의 손에 닿기도 전에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산의 한 논에서 벼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전혜원 기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유엔은 식품 저장 및 유통과정에서 손실을 주 원인으로 지적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매년 인도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채소의 약 30%가 소비자에게 팔리기 전에 썩어버린다. 냉장시설이 부족해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매년 사하라 이남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0~40%는 저장ㆍ유통과정에서 병충해와 비, 설치류의 습격 등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낭비되는 곡물은 약 4,90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생산자들이 식품의 상품성이 낮다고 생각해 일부를 버리거나 적절한 유통방법을 찾지 못해 낭비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 쓰레기의 57%가 식재료 유통ㆍ조리 과정에서 발생했다. 보관도중 폐기되거나(9%), 먹지 않은 채 버리는 것(4%)까지 합치면 한국 역시 음식물 쓰레기의 70% 가량이 ‘먹을 수 있는 쓰레기’ 이다.

유통과정 개선이 곧 기아대책

결국 전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식품 유통과정에서 손실 개선을 해야 한다. 에스더 은디슈 UPS재단 인도적지원 연구원은 “대부분의 식품 낭비는 음식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불과 1.5㎞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발생한다”며 “기아 해결을 위해 모금한 돈을 지역 농부의 식품 저장ㆍ유통과정 개선에 투자해 그들의 생산물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식량손실 및 낭비 측정기준(FLW)’을 적용해 음식물쓰레기를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글로벌녹색성장포럼(3GF)에서 지정된 이 기준은 음식물쓰레기와 관련한 최초의 국제 기준으로 생산ㆍ유통의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규정하고 이를 측정ㆍ계산 할 수 있는 공식 등을 제공한다. 각 기관은 이를 활용해 음식물이 가장 많이 낭비되는 주된 요인과 개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폴 불케 네슬레 CEO는 “FLW을 통해 파키스탄에서 수입하는 우유의 약 15%가 유통과정에서 손실되는 것을 확인해 해결할 수 있었다”며 “식량 손실 방지는 물론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기업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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