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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왕' 짐 로저스 "모두가 공무원 되려 한다면 슬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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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왕' 짐 로저스 "모두가 공무원 되려 한다면 슬픈 일"

입력
2017.08.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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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왕 짐 로저스가 3일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에서 열린 KBS1 '명견만리-투자왕, 짐 로저스의 경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엄지를 치켜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KBS 제공
세계적인 투자왕 짐 로저스가 3일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에서 열린 KBS1 '명견만리-투자왕, 짐 로저스의 경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엄지를 치켜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KBS 제공

모든 답변에 막힘이 없다. 제한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짧고 간결하지만 깊이 있게 자신의 소신을 쏟아냈다. 인자한 할아버지 인상이었지만 촌철살인의 혀 끝은 날카로웠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75)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는 11일과 18일 방송될 KBS1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 투자왕, 짐 로저스의 경고' 촬영을 위해 6박7일 동안 한국에 머문다.

3일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에서 만난 로저스 회장은 "평소 한국의 팬이고 한국을 방문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명견만리' 제작진은 평소 '지한파' 투자가로 알려져 있는 로저스 회장을 섭외하기 위해 수개월 간 공을 들였다. 로저스 회장은 "딸에게 KBS에 출연한다고 하니 '와우! K팝과 한류드라마를 방송하는 곳'이라고 하며 반가워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로저스 회장은 월스트리트에서 소로스와 설립한 퀀텀펀드로 수익률 4,200% 기록해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전 세계를 누비며 보고 들은 정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가로도 유명하다. '명견만리' 제작진은 대한민국의 100년을 내다본다는 취지로 로저스 회장과 5개월간 한국과 싱가포르 등을 오가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로저스 회장은 최근 촬영을 위해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나고, 서울시 글로벌창업센터에서 창업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한국 젊은이들의 첫 번째 꿈이 공무원이라 걸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 여학생은 15시간 공부하지만 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100분의 1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빚은 점점 늘어나는 데 모든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려고만 하니 안타깝습니다."

로저스 회장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젊은 세대가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추구하려"하는 한국의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되려고만 한다면 그 빚은 도대체 누가 갚을 것인가. 중국이나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국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사실은 조금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은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봤다.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기업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이 이뤄진다면 "10~20년 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7,500만명으로 인구도 늘어날 것이며,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그리고 남한의 자본력이 합쳐져 한국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7년 북한에 다녀왔다는 그는 "북한의 금, 은화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킷 호주머니에 있던 북한의 금, 은화를 꺼내 취재진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자 "만일 사고 싶으면 협상을 하자"며 농담도 건넸다.

로저스 회장은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인상으로 한국 취재진을 대했다. 간담회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 하자 선뜻 엄지를 치켜 세우는 자세를 취했다. 개인투자자들에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 언론이나 인터넷 등 남의 얘기에 현혹되지 말아라. 자신의 소신을 믿고 따르라."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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