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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비웃듯… 트럼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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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비웃듯… 트럼프 “메리 크리스마스”

입력
2017.1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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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식 크리스마스 카드(2017년). 폭스 뉴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식 크리스마스 카드(2017년). 폭스 뉴스 트위터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공식 크리스마스 카드(2016년). 폭스 뉴스 트위터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공식 크리스마스 카드(2016년). 폭스 뉴스 트위터 캡처

백악관이 최근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적힌 크리스마스 카드를 공개하면서 정치적 올바름(PCㆍPolitical Correctness)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언론은 이를 ‘크리스마스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에는 종교적 의미가 있으므로,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나 ‘즐거운 연말(Season's Greetings)’처럼 가치중립적 표현을 써야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목소리는 한동안 거셌다. PC는 문화적 다양성과 문화 상대주의를 보장하기 위해 인종ㆍ종교ㆍ성 등에 대한 차별적 표현을 금지하는 일종의 사회운동.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 사용을 금하는 것은 물론, 크리스마스 트리에 십자가 모양 소품, 아기예수 그림 등 종교적 의미를 드러내는 장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진보성향이 강한 오레건주의 힐스버러에서는 일선 학교에 ‘교실 내 산타클로스 장식을 금지한다’는 지침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인디애나주 도심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린 십자가 장식을 제거하라고 소송을 내 승소하면서 트리 장식이 철거되기도 했다. 반면 보수적인 텍사스주에서는 2013년 격렬한 논쟁 끝에 일명 메리크리스마스법이 발효됐다. 교육지구 내에서‘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크리스마스 트리에 아기예수 탄생 장면 등을 사용하더라도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것이 골자다. 2015년에는 크리스마스 전쟁을 의식한 스타벅스가 예년과 달리 어떤 크리스마스 장식도 없는 컵을 내놓으면서, 크리스마스를 지지하는 소비자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백악관 역시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크리스마스 8번을 보내면서 어떤 카드에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즐거운 연말’, 그 이외에는 모두 ‘해피 홀리데이’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쓴 것은 ‘PC와 맞서겠다’는 대선 당시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그는 “(내가 당선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해당 표현을 금지하는 건 PC에 대한 과잉 집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독교를 믿는 다수 미국인을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소외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두고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이 불거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두고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이 불거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내에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 동감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편견에 맞서는 일을 잘못됐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부 진보주의자조차도 (PC에 집착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종의 매카시즘이라고 말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발행하는 경영학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조사에 따르면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해피 홀리데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25%에 불과했다. 2005년 갤럽 조사에서 ‘해피 홀리데이’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이 41%였던 것과 비교할 때 지난 10여년간 PC를 상징하는‘해피 홀리데이’에 대한 선호는 꾸준히 줄어들어왔다는 의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런 현상에 대해 “유대인, 무슬림 등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지 않는 이들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에 그다지 불쾌해하거나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물론 ‘PC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정치 분석가이자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마크 한나는 지난해 미국 시사 잡지 타임에 기고한 칼럼에서 “(많은 이들이 PC운동을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흠잡지만) PC는 자신과 다른 믿음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반박했다. 작가 린디 웨스트도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과 PC를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프레이밍하는 건 잘못된 이분법”이라며 “PC는 자유로운 발언을 막는다기보다 오히려 확장시킨다”고 주장했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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