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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당신, 책도 사랑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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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당신, 책도 사랑하신다면…

입력
2017.10.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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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물을 사랑하는데 책마저 사랑하는 분들, 반갑습니다. 세상에 재미난 책이 많지만 책에 강아지 사진이 똬! 들어가 있고 고양이 그림이 총총!! 그리고 신비한 여러 동물이 등장하면 사고 싶지 않겠어요? 근데 우리의 주머니는 가벼우니까 모든 책을 살 수는 없겠네요. 그럼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먼저 눈 여겨 봐주세요. 주머니가 무거우신 분들은 주저 말고 책을 구매하셔서 주변에 선물하시고, 가벼우신 분들은 부모님 언니 오빠 형 삼촌 이모 고모부 당숙 어른에게 사달라고 조르세요.

절에 사는 백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절에 사는 백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① 개.똥.승 (진엽, 책공장더불어, 2016)

제가 소개할 첫 번째 책은 동물책만 전문으로 출판하는 '책공장더불어'의 <개.똥.승>(진엽 글, 사진) 입니다.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혹 혼자 보내더라도 외롭지 않을)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담긴 <개.똥.승>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개.똥.승’이 무슨 말이냐면 개의 똥을 치워주는 스님, 이란 뜻이에요. 동물을 키우는 일은 그 동물의 똥의 치우는 것이라고 보면 되죠. 진엽 스님의 글과 강아지 사진, 그리고 은행나무 어린이집 아이들의 그림이 어우러져있어요. 글 사진 그림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책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개똥 치워주는 스님의 모습입니다. 왜냐면 저도 네 마리 고양이의 똥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니까요. 동물들의 똥을 치우는 건 뭐랄까, 인생의 번뇌죠. 아니 아니, 생명을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진엽 스님이 얼마나 생명을 소중히 다루는지, 그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② 고양이 그림일기(이새벽, 책공장더불어, 2017)

다음 책은 <고양이 그림일기>(이새벽 글, 그림) 입니다. 이 책도 책공장더불어에서 나왔네요. (책공장더불어의 책이 그만큼 좋다니까요.) 이새벽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채워진 <고양이 그림일기>에는 이새벽 작가와 두 고양이, 장군이와 흰둥이가 등장해요. 장군이와 흰둥이 그리고 이새벽, 셋 다 개성이 강한 동물이에요. '거대한 자연을 닮은 장군이는 물이나 바람, 공기, 구름 같고, 흰둥이는 새순 올릴 때 성급하고 빠른 찔레과 식물 같다'고 이새벽 작가는 두 고양이를 소개해요. 그리고 이새벽. 인간의 탈을 쓰고 식물을 키우며 그림 좀 그리는 고양이, 라고 저는 이새벽 작가를 소개하고 싶네요. 셋이 다른 듯 어울리는 절묘한 사이죠. 한편 한편 선명하게 다가오는 그림일기인데 어느 순간에는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마음이 느물느물 해집니다.

할머니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사진과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할머니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사진과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③무심한 듯 다정한(정서윤, 안나푸르나, 2016)

세 번째 책은 <무심한 듯 다정한>(정서윤 글, 사진)이란 고양이 사진 에세이입니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순돌이란 이름의 고양이에요. 순돌이는 길고양이였는데 길에서 상처를 달고 다니다 정서윤 작가에게 간택 당했죠.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은 순돌이를 집에 들이는데 반대했던 정서윤 작가의 어머님이 순돌이를 돌보게 되면서,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할머니와 고양이 또는 고양이와 어머니 이렇게 따뜻한 이름이 있을까요? <무심한 듯 다정한>은 그 따뜻함을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사진 속 순돌이와 자꾸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실 거예요. 정신 나간 건 아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봅니다.

④ 휴게소 (정미진, 엣눈북스, 2016)

네 번째 추천 책은 '엣눈북스'의 그림책 <휴게소>(정미진 글, 그림)입니다. 휴게소에는 고양이도 등장하고 새도 나오고 강아지도 나와요. 이 동물들이 휴게소를 들리는 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저는 휴게소에 들리면 일단은 우동 한 그릇은 사 먹어야 하는데 우동이 그렇게 맛있거나 좋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떠나온 길로 인해 지친 몸을 조금은 쉬어야 하고 떠나갈 길을 생각하면 배도 채워야 하니까요. 휴게소는 그렇게 휴식과 준비를 해야 되잖아요. 동물들의 표정과 대사 한 컷 한 컷이 눈 녹듯이 가슴에 스며드는 책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서해문집 제공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서해문집 제공

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서해문집, 2017)

마지막으로 추천할 책은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황선도 지음) 입니다. 다른 책들에 비해 내용이 좀 많지만 추석 연휴가 기니까 여유롭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식탁에 바지락, 전복, 홍합, 다랑어 등 해산물 등이 올라와 있길 바란다면 더욱 추천해요. 입으로 들어오는 홍합이 “코털을 뽑다가 피가 나는 사람은 지혈시킬 다른 약이 없으나 다만 홍합의 수염을 불로 태워 그 재를 바르면 신통한 효험이 있다”(-본문 294p)고 <자산어보>에 실린 효험까지 알게 되면 맛(은 몰라도 재미)있게 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 이 책에는 바닷속 생물들의 다양한게 이야기가 멸치 떼거리처럼 넘쳐납니다.

긴긴 추석 연휴, 뭐 하지?,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뭘 하든 쉬는 건 즐거우니까 가족과 연인과 친구 혼자서라도 재미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위에 언급된 책을 읽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황남희 이후북스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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