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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동물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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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동물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력
2018.06.10 23:4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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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타 세이건(독립연구가), 피터 싱어(프리스턴대 윤리학 교수) 공동기고

미국에는 약 1억8,4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있다.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이른바 애완 동물로 불리는 동물을 데리고 산다. 동물 보호론자들은 이 용어를 모욕적이라며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선호한다. 사실 많은 가정에서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긴다. 그래서 생존 필수품은 물론 옷을 포함한 화려한 장식품까지 제공한다.

미국의 반려 동물에 대한 지출이 급격히 증가해서 2008년 430억 달러에서 올해는 720억 달러가 됐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경향이다. 중국에서도 개와 고양이 보유 인구가 2015년 1억 마리로 추정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 추세다.

이 숫자들이 크게 보일지 모르지만, 매년 식용으로 길러지는 전 세계 650억 마리의 동물에 비하면 대단치 않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은 공장식 축사에서 기르는 돼지, 소, 닭보다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축사에서 기르는 돼지처럼 개를 몇 달 동안 케이지에 가둔다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기소를 당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개와 고양이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개는 고양이와는 달리 사회적 동물이라 동료 무리가 없으면 잘 지내지 못한다. 캐런 돈이 자신의 책 ‘고마운 원숭이’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독방에 감금하는 것은 인간에게 잔인한 처벌이다. 하물며 무리 동물에게는 더욱 잔혹한 행위다. 캐런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의 반려동물들이 ‘사랑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목축용으로 길러진 품종의 개들은 본능을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다른 품종 개들은 종종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서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한 용도로 개량돼 왔다. 불독은 그들의 번식 방식 때문에 호흡 곤란을 포함한 몇 가지 건강 문제를 겪고 있고, 달마시안은 특유의 점박이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동시에 청각 장애도 유발하기 때문에 청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네 마리의 개 가운데 한 마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기 때문에 분리 불안을 겪고 있다.

이국적인 동물을 애완 동물로 만들면 보다 특정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새를 날지 못하도록 우리에 가두는 것은 논평의 가치도 없다. 중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것으로 손가락에 앉을 정도로 작아 ‘손가락 원숭이’로 불리는 피그미 마모셋이 있다.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한 마리만 사는 경우가 있는데, 무리를 이뤄 사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홀로 두게 되면 고통 속에 죽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야 극복할 수 있다 해도, 급증하는 반려 동물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수요가 높아지자 대규모 개 사육업자가 증가했으며 개 사육환경은 더욱 끔찍해졌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매력이 떨어지게 되면 유기당하기 십상이다. 유기 또는 방치된 고양이들은 새와 작은 포유동물을 물어 죽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미국에서만 매년 1~4억 마리의 새와 60~220억 마리의 작은 포유류를 죽인다고 한다. 수치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유기 고양이의 규모가 상당해서 어떤 지역에서는 다른 종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육식을 하는 반려동물은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레고리 오킨 UCLA 지리학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개와 고양이의 육류 소비량은 러시아와 브라질,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육류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감안할 때 기후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오킨 교수는 사람들이 더 작고 초식성의 애완 동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곡식을 잘 먹는 쥐야 말로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로 추천할 만하다.)

만약 반려동물이 없지만 하나쯤 갖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두 번으로는 부족하고 세 번쯤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나 자신에게 그 게 도움이 될지, 과연 그 동물에게는 최선일지, 환경에는 나쁘지 않을지를 우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미 반려동물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그 동물의 진정한 욕구를 고려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진정한 본성이나 욕구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할지라도 ‘정보가 없는 사랑’이라면 반려동물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을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의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 그들 또한 그들 자신의 삶이 있다. 여러분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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