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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시시콜콜… 新 고부갈등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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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시시콜콜… 新 고부갈등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5.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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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니?" 직장 단합대회 사진에 꾸중 들어

노년층도 SNS 활용 늘어 젊은층과 교감한다지만

소통 아닌 간섭으로 비치고 부모들은 응답 없으면 '서운'

결혼 6개월 차인 직장인 박모(31ㆍ여)씨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직장 동기들과 1박2일 단합대회 겸 여행을 떠났다. 입사한 지 6년이 다 돼 가지만 신입사원 때를 제외하면 서울 근교로 단체 여행을 간 게 사실상 처음이어서 추억으로 남길 사진을 찍었고, 해당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렸다. 그러나 그 사진 한 장으로 박씨는 시어머니에게 크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박씨의 시어머니는 전화로 “언제 여행을 다녀왔느냐”고 물은 뒤 “남편도 아닌 다른 남자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적으로 걸어 놓은 이유가 뭐냐”고 쏘아붙였다. 깜짝 놀란 박씨는 그제야 시어머니가 자신의 SNS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씨는 5일 “시부모님의 친구 맺기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데다 SNS는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눠야 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때 20,30대의 전유물이었던 카카오톡ㆍ페이스북 등 SNS의 사용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족 사이에 SNS로 빚어지는 ‘신(新) 고부 갈등’이 늘고 있다. 주부들의 친목 공간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시어머니 때문에 카카오톡 계정을 삭제했다” “시부모님이 최근 스마트폰을 사셨는데 SNS 앱을 이용하시려고 해 겁이 난다” 등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결혼 2년 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아이가 잠든 모습이 예뻐 사진을 찍어 프로필에 올렸더니 시어머니한테서 ‘저렇게 재우면 안 된다’고 바로 연락이 왔다”며 “이후 사진을 SNS에 올릴 때는 자체 검열을 한다”고 고백했다. 다른 30대 주부는 “SNS는 음성이 아닌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처음에는 간편하고 긴장도 덜했지만 점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노년층의 SNS 활용은 급증하는 추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12월 공동 발표한 ‘2014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 메신저의 전체 이용률은 89.2%로 전년(82.7%) 대비 6.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50대(68.3%→86.5%)와 60세 이상(34.6%→55.1%) 이용률은 각각 18.2%포인트, 20.5%포인트나 대폭 상승했다. 60대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메신저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SNS가 대중화하다 보니 부모세대 역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거부하는 며느리에게 섭섭함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아들을 결혼시킨 김모(62ㆍ여)씨는 새 식구가 된 며느리를 카카오톡 가족 대화방에 초대했다가 오히려 상처를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대화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는 나름의 배려였으나 며느리는 대화방에서 대답이 없거나 늦기 일쑤였다. 김씨는 “며느리가 나를 어려워할까 봐 먼저 말도 걸고 끼니 때마다 식사를 잘 했는지 묻곤 하는데 답이 없을 때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서운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평적 공간의 특성을 가진 SNS가 전 연령층에 보편화되면서 한국사회의 위계질서와 충돌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에게 SNS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사적인 도구”라며 “하지만 점차 SNS의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고부 문제와 같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수직적 갈등이 온라인으로 옮겨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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