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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최저임금 엇박자 발언... 소신? 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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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최저임금 엇박자 발언... 소신? 靑 교감?

입력
2018.05.2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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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가능성 언급 이어

“특정 연도 목표로 하지 않겠다”

1만원 인상 속도조절론도 제기

기재부 안팎선 “소신 피력” 무게

일각선 “靑과 교감 시장에 신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신축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신축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연이어 청와대와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 중 이례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대통령 공약사항인 ‘2020년 1만원 인상’에 대해서도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이다. 경제정책 수장의 무게감이 실린 그의 발언 의도를 두고 ‘소신 피력’ ‘청와대와의 역할 분담’ 등 해석이 분분하다.

김 부총리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특정 연도를 목표로 삼아서 인위적으로 맞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이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속도의 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특정 연도를 타깃으로 한 최저임금 인상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이다. 결정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속도조절론을 잇따라 거론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총리의 행보를 두고 기재부 안팎에서는 그가 자기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1분기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나온 상황에서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김 부총리는 “물건 값이 오르면 수요가 떨어지는 것처럼, 노동 가격인 임금의 인상은 고용 수요라 할 수 있는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나 임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자락을 깔긴 했지만, 지난 1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청와대 입장과 상관없이 그 정도의 발언은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고용 창출을 둘러싸고 청와대 경제 라인과 김 부총리 간 철학이 다르다는 점이 소신 발언의 배경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정책 엇박자 논란도 이에 기반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늘공인 김 부총리는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주의자인데 반해, 청와대 어공들은 공약 달성을 위해 정부의 개입 및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상충되는 점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전달하고 있다는 해석도 없진 않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터라 속도조절을 직접 거론하기 힘든 청와대 대신 김 부총리가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공약 달성을 우선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근로시간 단축,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여러 대내외 요인에 최저임금 인상 결정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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