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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개장국

입력
2017.07.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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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옛날부터 ‘개장국’, 즉 개고기를 여러 가지 양념, 채소와 함께 고아 끓인 국을 즐겨 먹었다. 그런데 1954년부터 ‘개장국’ 판매가 금지되면서 ‘보신탕’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보신탕(補身湯)은 ‘허약한 몸에 영양을 보충해 주는 국’이니 ‘개장국’을 에두르는 말로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큰 사전’(1957)에 ‘보신탕’이 실려 있지 않은 걸 보면 ‘보신탕’은 ‘개장국’을 은밀히 가리키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말로 보인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개장국’을 ‘보신탕’으로 개명해 버젓이 팔고 있으니 ‘개장국’을 다시 허가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했다. 이에 대한 당시의 답변이 흥미롭다.

“당국에서 가축 보호의 견지에서 개장국 판매를 금한 바 있고 보안관계의 경찰이 이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개장국으로 팔지 않고 보신탕으로 팔고 있는 모양이죠.”(경향신문, 1954.6.30.)

이런 상황에서 ‘개장국’을 에두르는 말이었던 ‘보신탕’이 자리를 잡자 이 또한 자연히 꺼리는 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1980년대 중반부터 ‘개장국’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가 강화되자 ‘보신탕’을 대신하는 말로 ‘건강탕’, ‘영양탕’, ‘사철탕’ 등이 만들어졌다. 에두르는 말을 만들어도 이 또한 금세 입에 올리기 어려워지니 새말을 계속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젠 은밀하게 ‘개장국’을 먹는 문화도 시들해졌는지 이를 에두르는 말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개장국’을 만드는 조리법만은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뜻하는 ‘육(肉)’과 ‘개장국’이 결합한 말인데, 쇠고기를 넣어 ‘개장국’처럼 끓인 음식을 가리킨다. 이런 말 만들기에 기대어 ‘닭개장’이란 말도 만들어졌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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