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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백제 후기 유물 한자리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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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백제 후기 유물 한자리에서 만난다

입력
2016.1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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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내호(왼쪽)와 금동제사리외호. 사리내외호에서 발견된 수천 점의 유리구슬은 사리용기와 사리 보호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내호(왼쪽)와 금동제사리외호. 사리내외호에서 발견된 수천 점의 유리구슬은 사리용기와 사리 보호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승니사탑심다(僧尼寺塔甚多). 중국 역사서 ‘주서(周書)’는 백제를 ‘스님과 사찰, 불탑이 매우 많은’ 곳으로 묘사했다. 백제(기원전18~660)는 고구려, 신라와의 관계에 따라 수도를 위례성(지금의 서울), 웅진성(지금의 공주) 그리고 사비성(지금의 부여)으로 옮겼다. 웅진기 이후 백제는 왕권 강화와 국가 체제 정비 목적으로 불교를 적극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백제는 중국과 고구려 등 외부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완성시켜 갔고, 이는 신라와 왜에도 전해졌다. 문화의 수용자나 전달자가 아닌 매개자로서 백제의 문화적 영향력은 나라가 멸망한 이후에도 계속된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가 공주ㆍ부여ㆍ익산의 주요 유적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이런 백제의 교류와 독창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를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웅진기(475~538)와 사비기(538~660)의 대표 문화재 350건 1,720점이 도성ㆍ사찰ㆍ능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이영훈 관장은 28일 언론공개회에서 “백제가 동아시아 역사에서 이룩한 국제적 교류와 독창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미륵사지와 왕흥사지, 왕궁리 사리장엄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다. 백제 불교 문화의 꽃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작품들을 관람객은 직접 비교ㆍ감상할 수 있다.

백제 최대 사찰인 미륵사지 석탑 1층 심주를 파낸 사리공 안에서는 사리용기와 함께 각종 공양품이 장엄된 상태로 출토됐다. 사리를 직접 봉안한 가장 안쪽 용기로 유리병을 사용하고, 유리병을 작은 금제내호에 봉안한 후 다시 금동외호에 봉안하는 3중 구조다.

사리외호 안에는 사리내호와 함께 금구슬 등 금속류와 청색ㆍ녹색ㆍ보라색ㆍ노란색ㆍ백색 등으로 이뤄진 유리구슬류, 향으로 추정되는 유기물 등이 담겨 있었다. 유리구슬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데, 외호에서 3,892점, 내호에서 257점이 발견됐다. 유리구슬로 내외호를 채운 것은 사리용기와 사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추정된다. 김진경 학예연구사는 “미륵사지 사리장엄에서처럼 구슬로 사리용기 안을 채우는 장엄방식은 중국과 다른 백제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이후 7세기 초반부터 8세기 초반 일본 사리장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견된 옻칠 갑옷. '정관십구년'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견된 옻칠 갑옷. '정관십구년'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삼국시대에는 전쟁이 잦았지만 이와 관련된 백제 유적은 30여 건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11년 공주 공산성 발굴 옻칠 갑옷이 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관십구년’(645)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는 이 갑옷은 약 1m 깊이의 볏짚 아래 정연하게 놓인 채 발견됐다. 마지막 전쟁 후 승전 의식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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