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선대위 안정’이라는 전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선대위에 전권을 넘겨주는 당헌당규 상의 절차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해 거취를 둘러싼 오해나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조만간 김종인 체제의 선대위가 공식 출범하면 문 대표는 지난해 2ㆍ28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1년도 안돼 중도 하차하는 셈이다.
그 동안 문 대표의 사퇴 거부와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비주류의 반발과 탈당의 주된 명분으로 작용했다. 그런 만큼 문 대표의 사퇴 공식화는 봇물을 이루던 탈당 사태로 인한 야권 혼란에 전기가 될 만하다. 실제로 전날 전북지역 9명의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잔류선언을 하는 등 일부 진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탈당 인사들을 흡수해 새로운 교섭단체 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등 분당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의 대표직 사퇴가 빛이 바래고 실기했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다시 통합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간 비공식적으로 진행돼 오던 정의당 및 무소속 천정배 의원 신당 측과의 통합 또는 연대 논의를 공개적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공식 논의도 성과가 없었지만 향후 전망도 복잡한 이해관계와 명분 등이 얽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천 의원은 더민주가“당의 해체에 준하는 변화로 기득권 해체를 실천하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과는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해 통합은 물론이고 느슨한 연대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모질게 돌아선 호남 표심을 추스르기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문 대표가 주도한 인재영입 효과 등으로 최근 더민주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문 대표는 이날 “명분 없는 탈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끝났다”며 탈당인사들이 주축인 국민의당을 겨냥했다. 그러나 야권이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로 4ㆍ13 총선을 치른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유례 없는 참패가 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총선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배수진을 쳤다. 물론 총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야당 분열에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재창당 수준의 확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다짐 대로 더민주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야당으로 거듭나는 게 최선이다. 아울러 국민의당 등 다른 야권 세력과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선전할 수 있는 길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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