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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난감 ‘핑거링즈’ 품절 대란 뒤에 ‘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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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난감 ‘핑거링즈’ 품절 대란 뒤에 ‘봇’ 있다

입력
2017.1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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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악용 매점매석으로 폭리

성탄 선물 못 구한 부모들 발동동

15달러짜리 5000달러에 팔리기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기 장난감을 매점매석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봇’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기 장난감을 매점매석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봇’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장난감은 ‘핑거링즈’(원숭이, 유니콘 등 인형을 손가락에 걸어 쓰다듬거나 거꾸로 뒤집으면 눈을 깜빡이고 낄낄 웃는 장난감)다. 하지만 대형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는 물론이고 할인점 월마트, 타깃 등에 가서 이 핑거링즈를 사려는 아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한다. 모두 품절됐기 때문이다. 이베이, 아마존 등 극히 일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살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런 ‘핑거링즈 대란’의 주범으로 봇(bot)을 지목했다. 봇은 자동적으로 특정 작업을 처리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 봇을 악용하는 이들은 특정 장난감을 매점매석하려는 스캘퍼(scalperㆍ짧은 기간 동안 물건을 사고 파는 행동을 반복해 이익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봇은 주요 유통업체 웹사이트에 핑거링즈 등 인기있는 장난감의 재고 표시가 뜨면 이를 금세 ‘낚아채’ 구매한다. 봇으로 인기 장남감을 싹쓸이한 스캘퍼들은 이베이나 아마존 등을 통해 되판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치솟는다. 정가 15달러인 핑거링즈는 원가의 2,3배는 물론이고 심지어 5,00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정가의 300배를 훌쩍 넘는 가격이다. 스캘퍼들은 이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지만,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봇이 낚아챈 장난감들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핑거링즈를 찾아 20곳 넘는 가게를 헤맸지만 모든 곳이 품절이었다고 토로하는 트윗. 트위터 캡처
핑거링즈를 찾아 20곳 넘는 가게를 헤맸지만 모든 곳이 품절이었다고 토로하는 트윗. 트위터 캡처
‘봇’들의 주요 타깃이 된 핑거링즈. 장난감 제조사 와우위 공식 홈페이지 캡처
‘봇’들의 주요 타깃이 된 핑거링즈. 장난감 제조사 와우위 공식 홈페이지 캡처

봇이 핑거링즈를 낚아채는 원리는 이렇다. 사이버보안 업체 페리미터엑스 옴리 일루즈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에 따르면, 봇은 쇼핑몰 웹사이트에 끊임 없이 접속하며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인기 제품의 재고가 들어오자마자 ‘초인적인 속도’로 구매 프로그램을 가동해 물건을 사들인다. 이뿐 아니라 웹 크롤링(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추출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은 제품들의 ID를 찾아내 공식판매 이전에 물건을 사들이기도 한다. 옴리 일루즈는 이를 두고 “봇은 ‘마치 상어가 피를 향해 돌진하듯’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싹쓸이한다”고 비꼬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도 봇의 ‘약탈적 공격’을 막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NYT와의 통화에서 “주요 소매업체들은 봇이 인기 있는 장난감을 훔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의 리처드 브럼멘탈 상원의원은 “‘봇의 싹쓸이병’을 퇴치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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