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 50%로 높여 경고해야 했지만 신공항하이웨이 곧바로 조정 안 해
교량 진입부분 외에는 단속카메라 없어 과속 위험 노출
인천 영종대교 106중 연쇄 추돌사고 당시 변화무쌍한 바다안개(海霧)에 교통당국과 운전자가 미숙하게 대처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감속경고가 조금 만 더 빨랐다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 따르면 영종대교 주탑 인근에는 해무 등을 측정하는 시정센서가 설치돼 있다. 시정센서는 가시거리 정보를 100m 단위로 교통서비스센터에 전달하고, 센터는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고속도로에 설치된 22개 전광판에 감속 경고를 내게 된다. 감속운행 기준은 허용속도 기준으로 가시거리가 250m 이내일 경우 20%, 100m이내이면 50% 감속이다. 추돌사고가 처음 발생한 11일 오전 9시45분보다 15분 앞선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 시정센서가 측정한 가시거리는 300m에서 100m로 갑자기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공항하이웨이 측은 감속운행 권고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안개의 경우 워낙 변화무쌍해 5분 정도는 지켜본다”며 “결국 시정센서 측정치를 토대로 (감속경고를) 권고하기까지 1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 사고는 그 사이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명이 희생된 106중 연쇄 추돌사고는 해무의 발생과 감속 경고가 나오기까지 10분의 공백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해무에 대한 늑장 대처와 함께, 4.4km에 달하는 영종대교에 진입부분 외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전혀 없는 것도 운전자들의 부주의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됐다. 40.2km의 인천공항고속도로에는 폐쇄회로(CC)TV가 1km마다 1대씩 모두 65대가,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22개가 각각 설치돼 있다. 경찰도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자들의 안전거리 미확보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잠정 결론짓고 있다.
한편 106중 추돌사고 가운데 최초 사고는 관광버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 받아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택시간 추돌이 첫 사고로 추정됐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이날 사고 결과 브리핑에서 영종대교 상부도로 2차선에서 신모(57)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앞에 있던 검정색 쏘나타 승용차를 추돌한 것이 1차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첫 추돌 이후 뒤따라 오던 택시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3차선으로 급히 차선을 변경하다 후미를 다른 관광버스에 들이 받혔다. 이후 멈춰선 택시를 뒤따르던 경기택시가 추돌했고, 이 충격으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2차선으로 튕겨나간 경기택시를 다시 뒤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가 추돌했다. 이후 사고는 서울 방향 상부도로 1.2km에 달하는 구간에서 세 그룹으로 나눠 연속적으로 발생했는데 최전방은 10대, 두번째 그룹은 12대, 세번째 그룹은 84대의 차량이 추돌했다. 경찰은 사고 구간 맨 앞에 있던 차량 10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첫 번째 그룹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5명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신공항하이웨이 직원 3명을 불러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가시거리 100m 이하 시 경찰과 협의 후 교통 제한을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이 회사의 자체 ‘재난관리 안전대책 매뉴얼’을 입수해 분석하는 한편 다른 직원들도 소환할 예정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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