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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학자 484명 "박근혜 결자해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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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학자 484명 "박근혜 결자해지 하라"

입력
2016.11.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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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민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언론ㆍ방송학자들이 박근혜 정부가 야기한 국정혼란에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언론ㆍ방송학자 484명은 17일 “현 국가위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한편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내 언론ㆍ방송 관련 3대 학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언론ㆍ방송학자들은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국정 파괴적 행위가 현 국가 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며 “풍전등화에 놓인 현 시국을 깊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농단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의 부패를 더욱 가속화시킨 언론의 직무유기도 (국가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며 “권력의 공모자, 호위자로서 기능해 온 언론은 정부에 대한 감시,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제 역할을 방기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언론 관련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정치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학자들은 “언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자로서 언론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못하고 외면해왔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과 정치권의 언론법 개정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다음은 언론ㆍ방송학자들의 시국선언 전문.

- 언론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산다! -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실태가 드러남에 따라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 실체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이렇게 부실하고 허약했는지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다. 더욱 통탄할 일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한 뿌리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이다.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진정성 없는 사과와 꼬리자르기식 담화로 책임을 회피하며 국면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외롭고 고독했다는 대통령 개인사를 거론하는 한편 국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측근의 개인적 비리라고 선을 그으며 국정농단 사태를 어물쩡 넘기고자 한다. 여기에 일부 언론과 정치인은 아직도 국민을 기만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그러기에 국민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밝히며 국정농단의 실체 확인과 책임자 처벌, 무능하고 자격 없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 역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파괴를 가져온 현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며, 대다수의 국민과 같은 마음으로 철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국정 운영의 정상화는 오로지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언론의 사명은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언론은 권력 집단의 일원으로서 혹은 권력집단에 의해 조종되면서 권력에 대한 감시자이기보다는 권력의 공모자, 호위자로서 기능해 왔다. 최근 일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시작했지만, 작금의 국정농단과 국정마비 사태에 언론이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론이라도 바로 섰더라면 이러한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며, 최소한 경종이라도 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본분에 소홀했던 주요 원인으로 방송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꼽을 수 있다.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과 눈이 되기보다는 권력의 호위병으로 기능했다. 수많은 비판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었고, 양식있는 언론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기도 했다. 그 결과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언론, 조롱거리가 되는 공영방송이 현재 한국 언론의 민낯이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공정하고 책임있는 언론 구조를 견인해내지 못한 책임을 우리 언론·방송학자들 역시 깊이 통감한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만시지탄이지만 기울어진 언론 공론장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언론을 올바로 세우고, 권력의 코드 맞추기로 작동되는 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탈정파적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편집권 독립 보장 등을 위한 언론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덧붙여 거리로 쫓겨난 해직 언론인들의 복귀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파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언론을 바로 세우는 소명에 입각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언론 관련법 개정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한다. 아울러, 현 시국에 대한 우려와 책임감을 절감하며, 차제에 언론이 자신의 본령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학자적 양심에 따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언론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산다.

2016년 11월 17일

현 시국을 깊이 우려하며, 공정한 언론구조와 민주주의의 정립을 촉구하는 언론·방송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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