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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채용 추천권 쥐고 뒷돈 받은 노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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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채용 추천권 쥐고 뒷돈 받은 노조지부장

입력
2017.05.1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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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로 처우개선된 점 노려

총 10억 챙긴 관련자 110명 적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번에 몇 명 비니까 데려와.”

부산의 모 버스업체 노조지부장 이모(58)씨는 지부장 선거를 앞둔 지난 해 6월 채용브로커 장모(47)씨에게 운전기사 구직자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노조지부장이 버스기사 채용추천권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데다,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뽑아 지부장 연임에 성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장씨는 일대에서 소문이 자자한 브로커였다.

장씨를 통하면 시내버스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허모(45)씨는 1,300만원을 5만원권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다.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5,000만~5,500만원에 달하는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브로커는 수수료 명목으로 300만원을, 노조지부장은 1,000만원을 나눠가졌다. 허씨는 채용됐고 노조지부장은 연임됐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처우가 개선된 부산지역 버스기사 자리를 노려 최대 1,600만원의 뒷돈을 주고 받은 버스회사 간부와 노조간부 등 11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부산 모 버스업체 노조지부장 이모(58)씨와 상무 정모(63), 노무과장 하모(42)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에 가담하거나 부정한 취업 청탁과 함께 돈을 주고 받은 혐의로 107명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1월 3일부터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취업을 청탁한 87명으로부터 1인당 800만원에서 1,600만원까지 총 10억여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다. 뒷돈은 구직자가 노조지부장과 친분이 있어 직접 전달하는 경우 800만원, 더 많은 브로커나 알선자를 거칠 경우 최대 1,600만원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청탁한 87명 중 54명은 실제 운전기사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이 틀어지기도 했다. 브로커 장씨는 박모(43)씨에게 1,300만원을 받고 취업을 약속했는데, 통상 3~4개월 만에 이뤄지던 취업이 7개월 가량 미뤄졌다. 급기야 1,500만원을 장씨에게 건넨 다른 구직자가 새치기 채용됐고, 이에 격분한 박씨는 “비리사실을 알리겠다”고 브로커와 노조위원장을 협박해 앞서 건넨 뒷돈의 2배인 2,6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김상동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노조지부장이 채용추천권을 가지고 운전기사 채용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발생한 관행적 문제”라며 “채용은 부산시에서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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