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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모르면 간첩'/얼짱 女간첩 학원가를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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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모르면 간첩'/얼짱 女간첩 학원가를 "접수"하다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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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감독 박한준)은 제도권 바깥의 10대가 누리는 대중문화 전시장 같은 영화다. 작년 검색어 1위를 오르내렸던'얼짱'이 등장하고, 10대는 디지털카메라로 얼짱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려 정보를 공유한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은 이들 10대의 아지트가 된다. 대학생이 아닌 재수생,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생, 가출 학생을 중심으로 10대 문화를 말한다는 점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독특하다.이런 10대 문화적 특성과 각종 대중문화의 선정적 소재를 짜깁기한 탓에 영화의 황당한 만화적 발상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얼짱 사이트'의 미모 랭킹 1위인 효진이 알고 보니 간첩 림계순이었다는 설정이 과연 얼마나 이야기로서 짜임새를 가질 수 있을지다.

림계순(김정화)은 거액의 공작금을 횡령한 뒤 잠적한 김영광을 잡기 위해 서울로 남파된다. 계순은 불량식품 '달고나' 하나로 일어선 고정간첩 박무순(백일섭)의 집을 근거지로 삼고, 가출한 박무순의 딸 효진의 이름을 빌린 뒤 햄버거 체인점에 위장 취업한다. 인근 재수학원은 얼짱 효진이 아르바이트로 들어왔다는 소문으로 아연 술렁대고, 삼수생 고봉(공유)은 디지털카메라에 효진의 얼굴을 담아 인터넷에 띄운다. 입대 영장을 받은 뒤 마음이 더 달아오른 고봉, 인터넷으로 유명세를 치르느라 간첩의 신분이 노출될 위험에 처한 효진이 벌이는 코믹 로맨스가 '그녀를 모르면 간첩'의 기둥 줄거리다.

통통 튀는 상상력보다는 기존 코미디 영화의 적절한 패러디와 중견 조연 연기자들이 대거 나서 한 마디씩 거드는 웃음의 코드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입에 늘 '졸라'를 붙이고 다니는 패스트푸드점의 남진아·우월란은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여고생을 보는 것 같고, 남파간첩 설정이나 코믹한 고정간첩 백일섭은 '간첩 리철진'을 연상시킨다. 큰 흥행으로 연결되지 못한 북한 소재 코미디를 패러디한다는 점이 무모하게 느껴지지만 '미모의 간첩'이라는 코드는 의외로 흥미롭다. 김정화는 궁지에 몰린 남학생을 발차기로 구하는 등 '싸움 잘하는 미녀'라는 판타지를 들고 나타났다.

"통일의 길은 불도저가 잘 닦고 있으니까 걱정마 이 X아""이쪽이나 저쪽이나 나랏밥 먹는 놈들은 왜 다 저 모양이야"같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김애경·백일섭 부부의 풍자적 연기도 즐길 만하다. 그러나 안일한 화장실 유머, 얼짱끼리 주먹대결을 펼쳐 최고를 정한다는 식의 마초적 시선, "그런 X들은 가슴패기를 짝짝이로 만들어야"같은 위험한(?) 대사가 영화의 격을 떨어뜨린다. 30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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