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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개ㆍ돼지는 사드에도 있었다

입력
2016.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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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해야 할 우리의 안이한 안보인식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사드 결정

일본의 용미(用美), 한국의 종미(從美)

미군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앞에서 미군이 한국 국방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미군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앞에서 미군이 한국 국방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배치하는 게 맞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 안보를 무시로 뒤흔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의 안보의식은 어떤가. ‘수십 년 간 봐 왔던 건데 새삼스럽게…’ ‘지가 설마 공격하겠어?, 미치지 않고서야’. 대개 이런 수준이다. 어쩌면 북한의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까지 종북이니, 남남갈등이니 하는 이념논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을지 모른다. 조선시대 사색당쟁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힘에는 힘으로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안보일 텐데 우리의 안보는 근거 없는 낙관론, 아니면 김정은을 ‘또라이’라고 욕하면서도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바보는 아닐 것이라는 모순적 인식 정도에 머물러 있다. 매번 인재로 판명되는 대형 재난을 당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안전불감증’을 외치지만, 그때뿐인 것과도 닮았다.

한심스럽기로 따지면 우리 군대 같은 곳도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아직 전력화했다고 볼 수 없다”는 말로 깎아내리고 둘러대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는 바로 ‘강력한 한미동맹’을 들먹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이 다른 나라 군대 뒤에 숨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말마따나 그렇다면 군복에 별은 왜 주렁주렁 달고 있는지, 전쟁 나면 정말 제대로 맞서 싸울 리더십은 있는지, 절대 액수로 전 세계 10위권이라는 엄청난 국방예산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의심하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3NO(요청ㆍ협의ㆍ결정 없음)를 줄기차게 주장하다가 느닷없이 사드 배치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말이 기가 막힌다. 수도권은 휴전선과 가까워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로 수도권을 방어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사드로 전 국토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를 방어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빠져 있었단 말인가. 국가 핵심기관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있는 수도권을 빼놓고 2분의 1, 3분의 2를 운운했단 말인가. 정말 국민을 개ㆍ돼지로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궤변이다.

사드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다. 군사적 효용성과 국론 결집이다. 군사적 가치는 그렇다 치고 국가의 안위를 결정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란 존재는 어디에 있었나. 비단 성주만의 얘기가 아니다. 흔한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어느 날 ‘배치지역으로 어디가 결정됐으니 그리 알라’는 식인 이 나라 위정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말 궁금하다. 중국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가여울 정도로 전전긍긍하면서 국민 생각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것인가. 사드가 정말 필요했다면 정부가 정성을 쏟았어야 할 곳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었어야 했다. 중국의 무역보복이 어떠니, 대북공조가 어떠니 하는 게 안보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중국의 보복 때문에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주권과 안보를 팔 수는 없다는 것을 다른 데가 아닌 우리 국민에게 먼저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씁쓸한 얘기지만,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 뒤 일본 정부가 반색했다고 한다. 한국의 사드 덕분에 북한 미사일 정보 수집 능력이 업그레이드돼 일본으로서는 손 하나 안 대고 사드를 배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한국이 마침내 미일의 안보구도 속으로 들어오고, 미일이 주축이 된 아시아 미사일방어(MD)에 한국이 편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드가 아니라도 일본이 안보를 앞세워 우리의 국격과 자존심을 무너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위안부 합의가 그렇고, 북한을 자위대 활동권역으로 집어넣은 안보법제가 그렇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히로시마 원폭 평화공원으로까지 끌고 간 것도 그렇다. 우리의 안보, 우리의 국격은 어디 있나.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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