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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크라테스가 한국을 방문한 사연

입력
2017.01.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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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부처, 공자, 예수와 함께 세계 4대 성자로 불린다. 공인된 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원전 47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399년 5월 7일, 권력에 의해 독약을 마시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는 절친들의 도움으로 감옥을 빠져 나와 인도와 베트남을 거쳐 고조선으로 망명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반도는 고조선이 수립된 지 1,850여년이 지났고 철기문화가 번성해나갔다.

소크라테스는 국회의원을 1년 한 것 빼고는 40세 이후 줄곧 교육자와 철학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 시기 그리스는 헤라클레스 이후 구가하던 패권국의 지위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계관도 신앙도 혼란에 빠져 기존에 믿던 자연철학과 그리스 신앙이 흔들리는 가운데 비판적인 철학과 신념이 일어났다. 소크라테스는 기계론적인 자연철학을 배격하고 끊임없는 대화와 비판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실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1787년 자크루이 다비드가 저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렸을 때 그는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정의를 사랑하는 자유로운 자태를 자랑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의 탐구 방법은 상대주의적 시각에 빠져 사물을 무조건적으로 회의하고 결국 세상을 운명론적으로 보는 궤변론자들(소피스트)과 구별되었다. 지혜에 대한 사랑, 곧 철학은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에서 출발한다는 그의 신념은 지배 이념에 도전하는 사고였던 것이다. 그의 구속과 사형 판결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예수가 바리새인들과 로마에 의해 십자가의 길을 간 것처럼.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죽지 않았다. 독약을 먹고 죽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그 이유로 언급되는, 그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 악법은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의를 위해서는 위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가 지혜를 사랑한 것은 아가페 정신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철학이 정의를 구현하는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정의, 절제, 용기 등 이상주의를 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독약을 마시지 않고 철학의 목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미지의 세계를 향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가 고조선은 물론 오늘 한국에 재림할 이유도 충분하다.

소크라테스가 격동기에 빠진 한국에 온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소극적 차원에서 곡학아세하는 지식인들을 꾸짖기 위해서 왔다. 오늘 한국에도 소피스트는 여러 행태로 호가호위 하고 있다. 권력의 안위를 위해 수많은 청춘의 죽음을 방치한 정치·법률지식인, 억울하게 죽임당한 농민의 죽음 앞에서 권력 편에 선 의료지식인, 백성을 억압하는 권력에 아부하는 종교지식인, 이런 권력과 권력엘리트의 죽임과 억압을 모른 척한 기회주의적 지식인들을 소크라테스는 질책한다. 지식은 기득권 세력의 기득권 유지의 도구가 아니라 정의와 진리의 방패라고…. 그의 지혜 사랑은 정의 구현을 향한 목적론적 철학의 출발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아들을 잃은 독일 미술가 케테 콜비츠가 “윤리적 동기가 세계를 움직였다는 사실은 당분간 진리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임을 선언한 것이다.

둘째, 적극적 차원에서 소크라테스가 한국에 온 것은 빚진 닭을 갚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닭은 ‘닭대가리’ ‘닭그네’와 같은 비속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아침을 알리는 동물로 유명하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군부권위주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갈망을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앞두고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빚진 닭을 갚는다는 말은 자신이 인류를 진리와 정의의 길로 인도한 것에 대한 기쁨과 그렇게 도와준 신에 대한 감사다. 대학을 상징하는 자유 정의 진리는 소크라테스의 실천적 철학으로부터 연유한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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