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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 경영에 정부 간섭 우려는 기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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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 경영에 정부 간섭 우려는 기우일 뿐”

입력
2018.08.03 04:40
수정
2018.08.05 11:3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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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떠나 독립성 시비 벗으려면

기금운용위원 정부측 비중 줄여야

펀드매니저는 이직률 높은 직종

인력이탈 우려할 만한 수준 아냐

장기∙지속 가능한 투자가 원칙

월별 추이로 수익률 평가는 잘못

하루 50~60곳서 전주에 찾아와

해외 큰손 패싱 보도는 악의적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국민연금공단은 안팎으로 많이 시끄럽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고, 주요 인력의 이탈이 늘어나고 단기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도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도입이 확정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의 방향을 두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진보) “너무 과도하다”(보수)는 전혀 다른 아우성이 빗발쳤다. 작년 11월부터 국민연금을 이끌어온 김성주 이사장은 이런 논란들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지난 1일 한국일보와 만난 김 이사장은 거침 없이 소신을 쏟아냈다.

- 경영계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과도한 간섭을 할 거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들과 운용 철학이 다르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을 흔들어 배당을 많이 받아 단기 이익을 내려고 한다면, 국민연금은 기업 이 잘 돼서 이익을 많이 낼 때 함께 이익을 많이 얻는 게 목적이다. 발전적 대화를 통해 기업도 체질을 개선하고, 국민연금도 이익을 더 내보자는 거다. 해외연기금 사례만 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기업들이 우려하는 임원 해임 등의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한적이지만 경영 참여 길을 열어둔 건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텐데.

“지금도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손해가 있을 땐 비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비공개대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수단이 없으니 효과가 없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 정식 가이드라인이 생겼으니 문제 기업에 서한 보내기, 대화 요청, 의결권 행사 등을 단계별로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친밀한 대화’를 많이 할 생각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투자 철회가 가능하지만, 그런 상황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중하게 문제제기를 하면 기업이 대책을 마련하라는 신호로 보면 된다.”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부가 사사건건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중요할 텐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정권을 떠나 독립성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은 바뀔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 측 위원이 6명(전체의 30%)으로 비중이 너무 높다. 정부 측 위원은 줄이고 가입자 대표를 늘려야 한다.”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 근본적 이유는 뭔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비전이다. 기금운용직은 3~5년 단위로 성과평가를 통해 재계약을 한다. 샐러리맨은 이 직장에서 나중에 임원이 되겠다는 꿈을 꾸지만, 운용역들은 국민연금을 평생직장이라고 여기기보다 경력을 쌓는 곳으로 생각한다. 전주 이전 후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영향도 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에 따른 후유증도 아직 남아있다.”

-기금운용 인력이 계속 떠나니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잘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자산운용역(펀드매니저)은 금융업계에서 원래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다. 지난해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이직률이 12.3%인데 기금운용본부는 11.6%였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직전 이직률(8% 수준)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스웨덴 국민연금(AP)은 운용역 이직률이 평균 8% 수준이라는데, 인력관리를 위해 교육훈련을 많이 제공한다고 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할 생각이다. 장기근속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선 종신계약직도 도입하려 한다.”

-실제 단기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지 않나.

“연기금은 장기 투자와 지속 가능한 투자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향한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데, 월별 추이로 평가하는 것은 연기금 운용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국민연금의 1분기 수익률은 -0.21%인데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연기금인 일본GPIF(-3.49%), 노르웨이GPEG(-1.53%), 네덜란드ABP(-1.00%)과 비교하면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흔들기가 지나치면 이들이 소신 있는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오히려 국민 노후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후 지리적으로 멀어져 해외 큰손들이 찾지 않는다는데.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50~60개 자산운용사가 투자 제안서를 들고 전주로 온다. 국민연금의 소재지가 전주라서 ‘패싱’한다는 보도는 악의적이다. 스웨덴 국민연금 중 AP2는 제2도시인 예테보리에 있다. AP2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 수도인 스톡홀름에 갈 필요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매일 화상회의를 하면 되는데 뭐 하러 가느냐’고 되묻더라. 금융업은 지역의존적 사업이 아니다. 여의도에 가면 해외투자처를 만날 수 있겠나. 공적 연기금은 오히려 시장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 넘게 비어있다.

“지난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최종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아까운 인재라고 생각한다. 일부 주장처럼 인사개입 논란이 핵심이 아니라 6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공직자와 같은 인사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금운용본부장은 빠른 시간 내에 뽑으려 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프로필

▦1964년 전북 전주 출생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제8,9대 전북도의회 의원, 제19대 국회의원(전주 덕진구), 제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민주연구원 부원장,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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