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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히트작 NT라이브, 작품 선정서 상영까지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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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히트작 NT라이브, 작품 선정서 상영까지 6개월

입력
2017.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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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용 파일 번역에 한 달 반 걸려

블루레이는 상영한 후 반납해야

영상 완성도 높고 티켓값도 저렴

영화 화법으로 연극 내용도 풍성

영국의 유명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무대에 오른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 팬들은 마음이 들떴다. ‘공연’ 5개월을 남겨두고 예매를 시작했다. 21일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대니 보일 연출의 ‘프랑켄슈타인’의 객석점유율은 12일 기준으로 이미 85% 가량이다. 컴버배치가 실제 한국 무대에 오르지는 않는다. 관객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국립극장(NT)에 오른 공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대형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이다. 영국 국립극장 무대의 생생함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해서 NT라이브라 불리는 기획이다. 국내 국립국장은 ‘프랑켄슈타인’을 2년 전 상영했고, 이번이 재상영이다.

국립극장이 2014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NT라이브는 공연계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유명 배우가 출연한 유명 공연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공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연극 영상이니 인터넷으로 영상물을 받아 상영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관객의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관객들과 만난다.

21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를 영국 국립극장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NT라이브 한 장면. 스타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아래)의 출연으로 상연 전부터 화제에 올랐다. 국립극장 제공
21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를 영국 국립극장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NT라이브 한 장면. 스타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아래)의 출연으로 상연 전부터 화제에 올랐다. 국립극장 제공

영국에서 보내진 영상 상영까지 6개월

고화질 블루레이로 상영되는 NT라이브는 작품 선정부터 상영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참여 스태프만 60여명에 이른다. 국립극장의 새 시즌이 시작되기 1년 전부터 NT라이브의 화제작 중 상영 작품을 고른다. 작품 검토 기준은 최신작과 그 해의 이슈다. 지난해에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로 ‘햄릿’과 ‘코리올라누스’를 상영했다.

선정 작품 내용을 영국 국립극장에 전달하면 원본보다 저용량인 DVD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별거 아닌 듯한 업무지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DVD로 영상을 직접 살펴 본 뒤 상영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1차 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DVD를 검토한 뒤 상영이 보류됐다. NT라이브 국내상영을 총괄하는 김영숙 국립극장 공연기획팀 PD는 “재작년부터 상영 논의를 했지만 공연계 이슈가 셰익스피어에 집중되고, 또 다른 작품들의 화제성에 밀려 채택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종결정 뒤에는 원작 대본을 번역해 자막으로 만든다. 영상을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어 자막용 파일을 따로 제작한다. 19일 국내 최초 상영되는 ‘제인에어’ 원작 대본은 2만729단어로 이뤄져 있다. 한 사람이 한 작품을 모두 번역하는데 한 달 반 정도가 걸린다.

NT라이브를 극장에서 스크린 사영하기 전 자막과 영상 속도를 맞춰보는 작업이 수없이 진행된다. 국립극장 제공
NT라이브를 극장에서 스크린 사영하기 전 자막과 영상 속도를 맞춰보는 작업이 수없이 진행된다. 국립극장 제공

상영일 2주 전이 되면 고화질 영상이 담긴 블루레이가 우편으로 도착한다. 이제 영상과 자막을 맞춰보는 리허설이 수없이 진행된다. 영상물이 상영되는 해오름극장에서는 다른 공연들도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극장에 스크린을 설치한 최종 리허설은 상영 전날에야 이뤄진다. 스크린 위치와 영상의 명도ㆍ채도 조절, 자막 폰트와 위치 조정이 이뤄진다. 2시간 30분에 달하는 작품들을 평균 3번에 걸쳐 실제 상영처럼 리허설한다. 2014년 국립극장 NT라이브로 첫 상영됐던 ‘워호스’는 “스크린 크기가 너무 크고 자막이 상단에 있어 관람이 불편하다”는 관객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후 스크린 크기는 처음 가로 세로 19m, 10m에서 15m, 8.4m로 줄었다. 자막 위치도 하단 중앙으로 옮겨졌다.

한국 관객과 만난 NT라이브 작품 영상물은 상영 직후 영국으로 돌려보내진다. 김 PD는 “영국 국립극장에서는 저작권을 철저히 관리한다”며 “블루레이는 전세계 극장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상영 후 곧장 반납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19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를 영국 국립극장 연극 '제인에어'의 NT라이브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19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를 영국 국립극장 연극 '제인에어'의 NT라이브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영상으로 연극 감흥을 느낄 수 있나?

연극은 눈앞에서 연기를 음미하는 게 제 맛이라지만 영상화된 연극은 또 다른 흥미를 자극한다. 연극을 볼 때는 보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 시각 정보에 한계가 있다. 연극 영상물은 영화화법을 활용해 연극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전달한다. 천장에서 내려다 본 장면이나 배우들의 클로즈업된 얼굴 등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워호스’의 경우 소품으로 등장하는 말의 세세한 관절 움직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격이다. 해외 유수의 작품을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지금껏 국립극장에서 상영된 NT라이브 12편 중 6편이 매진됐다. 지난해 국립극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NT라이브에 대한 관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18점을 기록했다. 관객들은 NT라이브의 장점으로 ‘적은 티켓 가격 부담’(29.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영상의 완성도’(20.3%)가 뒤를 이었다. 무대 공연과는 차이가 분명해서 관람평이 달랐다. 일부 관객들은 “NT라이브는 일반 연극과 달라 앞 좌석이 아닌 뒤에서 볼수록 좋다” “1층보다 2층에서 보는 게 낫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김영숙 PD는 “관람을 마친 관객들은 영화가 아니라 연극을 볼 때처럼 박수를 친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환경 조성이 덜 됐지만 국내 작품의 영상화 작업이 공연계에 또 다른 부흥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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