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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종무식 송년사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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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종무식 송년사 ‘바램’

입력
2018.01.02 14: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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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세상 누구나 힘겹게 살고 있어

숫자보다는 사람이 존중 받아야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1975년 이후 어느 한 해인들 연말에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들어보지 않은 기억이 없다. 2017년의 가장 큰 사건은 단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임시 대통령선거를 통한 5월 10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일 것이다. 이로써 두 차례 이어진 보수정권은 진보성향의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정권교체 못지 않게 필자를 더 바쁘게 만든 것은 정책패러다임의 대전환이었다.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매일같이 만나는 필자에게는 신정부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이제까지 인간을 ‘인적자원’ 시각에서 개발하고 활용한 패러다임에서 ‘사람’을 중심에 둔 패러다임으로 신정부가 바꾸게 된 배경과 이에 바탕을 둔 정책방향을 설명하느라 2017년 하반기 필자는 유난히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연말이 되고 종무식을 맞게 되었다.

필자는 지난 연말 종무식에서 송년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전에 준비는 해두었으나 막상 종무식장에 가보니 준비한 송년사를 정식으로 하기에는 분위기가 어수선한 듯해서 송년사 대신 가요를 한 곡 감상하자고 제안했다. 김종환이 작사ㆍ작곡한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 가사가 숨가빴던 2017년을 힘겹게 헤쳐 나온 동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에 더 적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반주도 없이 부르는 노래인 만큼 곡이 서툴더라도 양해하고 가사 중심으로 들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노래 가사를 소개해본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살아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 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 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나를 돌아볼 ‘내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덩그러니 혼자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직장동료야말로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반자다. 눈뜬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특히 그렇다. 그런 동료 사이에 서로가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다독거려주는 동료애를 발휘하자는 이야기를 노래 가사를 빌려서 전하고 싶었다. 특히 마지막 소절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 힘겹게 살아간다. 오죽하면 부처님은 삶을 ‘고해’라고 했을까? 또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가 우스갯소리로 만든 법칙이 있으니 ‘만인고통균등의 법칙’이다. 모두 자기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니 결국 만인이 각자 느끼는 고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말 연시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을까?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못하고 사는 지인들에게 잠시 짬을 내서 안부를 묻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소원해진 관계도 복원하고 위로도 주고받으면서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평시에도 이렇게 실천한다면 더더욱 좋을 것임은 물론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인간답게 대접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숫자를 강조하는 대신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신바람이 난다면 행복지수도 올라가게 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역설적으로 더 빨리 도래하지 않을까?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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