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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으로 돌아보는 언론 소재 드라마 4

입력
2017.08.0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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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작’의 한무영(남궁민)은 '기레기'를 자처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을 드러낸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드라마 ‘조작’의 한무영(남궁민)은 '기레기'를 자처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을 드러낸다. SBS 방송화면 캡처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언론개혁을 제시한 이 시기, 한국 언론의 민낯과 기자의 사명을 다룬 드라마 두 편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SBS 드라마 ‘조작’은 사건을 은폐하는 거대 언론사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와 기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한무영(남궁민)은 한국판 타블로이드지인 애국신문의 기자로 자칭 타칭 ‘기레기’다. 그는 자극적인 보도로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이 궁극적으로 진실을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불 같은 성격의 한무영은 자신의 보도를 말리는 국장에게 나름의 직업적 소신을 밝힌다. “약한 사람을 돕는 게 기자에겐 정의가 아니라 상식이라고. 난 지금 상식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국장.”

‘조작’은 각각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1일 8회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기준)로 같은 시간대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거대 비리를 폭로하는 이야기 구조가 흡입력 있게 그려졌고, 언론의 의무와 보도윤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장치들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tvN도 내달 언론 소재의 드라마 ‘아르곤’을 방영한다. ‘아르곤’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팩트’를 위해 발로 뛰는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요즘 드라마 속 기자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잠도 못 자고 머리도 못 감은 채 오직 진실만을 위해 밤낮 없이 뛸 뿐이다. 과거 드라마 속 기자들은 어땠을까. 그동안 언론 소재 드라마에 등장한 기자들의 모습을 돌아봤다.

MBC '스포트라이트'는 GBS 방송사 사회부의 말단 기자 서우진(손예진)이 앵커 자리에 오르는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MBC 제공
MBC '스포트라이트'는 GBS 방송사 사회부의 말단 기자 서우진(손예진)이 앵커 자리에 오르는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MBC 제공

1. MBC ‘스포트라이트’(2008)

GBS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의 말단 기자 서우진(손예진)이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앵커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를 그린 전문직 드라마다. 보도국 캡인 오태석(지진희)과 고양이와 생쥐 같은 관계에서 싹트는 ‘썸’도 은은하게 그려진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전까지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방송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묘사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극중 서우진은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취재하고, 재벌과 정부의 비리를 파헤치기도 하며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겪는다. 방송국 앵커는 어떻게 되는지, 방송기자들이 특종을 잡기 위해 어떻게 취재를 하고 진실 앞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그리며 기자직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직업윤리에 대한 고민과 취재 환경, 조직 문화에 대한 고충 등 실제 언론계 종사자들이 겪는 갈등보다 수습기자의 성공기가 큰 줄기를 이뤄 공감을 사지 못했다. 방송사와 신문사를 대립구도로 만들어 신문사 기자를 야비하게 그리거나, 경찰을 무능하게 묘사하는 등 자극적인 설정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배우 이준기는 MBC '히어로'에서 한 번 일을 맡으면 끝장을 보는 열혈 기자 진도혁을 연기했다. MBC 제공
배우 이준기는 MBC '히어로'에서 한 번 일을 맡으면 끝장을 보는 열혈 기자 진도혁을 연기했다. MBC 제공

2. MBC 히어로(2009)

가진 것 없지만 열정과 정의감으로 뭉친 젊은 기자들이 상류층의 부조리한 현실과 맞붙는 이야기를 담았다. 3류 신문사 먼데이서울에서 일하는 생계형 기자 진도혁(이준기)은 미행, 도청, 잠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한다. 불륜 커플을 취재하기 위해 걸그룹 카라 콘서트 현장에 잠입하거나, 유흥업소 종업원이 돼 호객행위를 하는 등 취재기는 다소 유쾌하다. 먼데이서울이 폐간된 뒤 15년 만에 출소한 조폭 두목 조용덕(백윤식)의 제안으로 진도혁이 새롭게 신문사를 차린다는 비현실적인 설정도 녹아있다.

사실감 있는 언론 현장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가슴 아픈 개인사로 인해 기자가 열혈 취재를 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스토리 텔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심었다. 만나면 늘 티격태격하는 형사 주재인(윤소이)과의 로맨스도 비중 있게 그려졌다. ‘히어로’는 소시민적 영웅담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KBS2 ‘아이리스’, ‘추노’ 등에 밀려 마지막 회 시청률 5%로 조용히 종영했다.

SBS '피노키오의 최인하(박신혜)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아 "시청자 앞에 진실만 말하는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피노키오의 최인하(박신혜)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아 "시청자 앞에 진실만 말하는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SBS 방송화면 캡처

3. SBS 피노키오(2014)

사회부 수습기자 4인방의 취재기를 그린 ‘피노키오’는 청춘들의 풋풋한 모습과 사랑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성장 드라마였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보는 설정이나 과장된 장면도 등장했다. 주인공 최인하(박신혜)가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다거나, 제대로 씻지 못해 변기 물로 머리를 감는 등의 설정은 비현실적인 극적 장치였다.

물론 로맨스만 다루진 않는다. “시청자에게 먹히는 것은 팩트보다 임팩트야”, “아무도 안보는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등의 대사는 실제 기자들의 고민과 직업윤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이전까지 기자 소재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피노키오’는 마지막 회 시청률 10%대를 넘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치밀한 사전취재로 사실감을 살렸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는 실제 SBS 보도국 사회부를 비롯해 3개 언론사 기자들과 동행취재하며 1년 넘게 대본을 집필했다. 야마(기사의 주제), 마와리(기자가 배당받은 출입처), 말진(막내 기자), 빨대(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 등 기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은어가 대거 등장했다. 온라인에선 극 중 등장한 기자들의 은어를 설명한 글이 활발히 공유되기도 했다.

배우 박민영은 KBS2 '힐러'에서 털털한 인터넷신문사 기자로 변신했다. KBS 제공
배우 박민영은 KBS2 '힐러'에서 털털한 인터넷신문사 기자로 변신했다. KBS 제공

4. KBS2 ‘힐러’(2014)

신문사도, 방송사도 아닌 인터넷 매체 연예부 기자의 이야기다. ‘썸데이뉴스’에서 일하는 주인공 채영신(박민영)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변장, 잠복, 잠입취재도 마다하지 않지만, 늘 특종에는 한 발씩 늦어 뒷북을 치기 일쑤다. 배우 박민영은 짧은 머리에 털털한 말투와 제스처, 잠입을 능청스럽게 해내는 모습으로 전형적인 기자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피노키오’가 보도 과정과 기자들의 직업윤리를 그렸다면, ‘힐러’는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인 사건에 집중했다. ‘썸데이뉴스’에 위장취업을 한 심부름꾼 서정후(지창욱)의 화려한 액션신과 채영신과의 로맨스로 다양한 볼거리를 심었다. 그러나 복잡한 사건의 얼개 속에 사랑이야기가 얹히면서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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