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오래 쓸 물건 구매보다 가벼운 소비 문화 젊은층 확산"
예비신부 김영해(28)씨는 최근 저가형 가구 매장 이케아에서 혼수를 몽땅 구입했다. 신혼기간에만 잠시 쓸 가구인데다 저렴하고 실용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김씨는 “이사를 가거나 아이가 생기면 가구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굳이 오래 쓸 가구를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합리적인 가격이라 고르는 데도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특정제품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필요한 때에 쉽게 자주 구매하는 ‘가벼운 소비’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제품 과잉공급 시대와 경기불황으로 합리적 가격으로 적당하게 사용하는 가벼운 소비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벼운 소비가 부상하게 된 배경으로 우선 제품 과잉공급을 꼽았다. 품질이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제품간 차이를 따져 희소성을 갖춘 것보다는 합리적 가격에 교체주기가 짧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젊은 세대들이 ‘무엇을 소유하느냐’보다 ‘얼마나 잘 쓰고 즐기느냐’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가벼운 소비가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집이나 자동차처럼 돈이 많이 들고 고정된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대신 대여(Rental)해서 쓰거나, 저가에 사용주기가 짧은 패스트 패션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가벼운 소비가 부상하면서 관련 사업도 호황을 맞고 있다. 패스트 패션업체인 자라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2%에 달했고, 유니클로와 H&M 등도 5% 이상씩 성장했다. 미국의 저가형 TV업체인 비지오는 경쟁업체가 초고화질(FHD) TV를 내놓을 때 일반 고화질(HD) TV를 출시하는 대신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는 전략을 써 미국 내 TV판매 시장점유율을 2위(2010년 기준)까지 올렸다. 황혜정 연구원은 “앞으로는 초고가 제품보다는 쓸만한 품질 수준의 제품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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