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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잡는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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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잡는 닭

입력
2017.02.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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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교수, 1년 반 관찰해 논문

대형 가축보다 사막화 방지에 도움

양계로 더 높은 수익 ‘일석이조’

사막화 방지를 위해 소를 키우며 사는 유목민의 삶을 파괴할 것인가. 중국은 닭을 그 대안으로 내놓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이선화 교수 제공
사막화 방지를 위해 소를 키우며 사는 유목민의 삶을 파괴할 것인가. 중국은 닭을 그 대안으로 내놓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이선화 교수 제공

봄철이면 한국을 뒤덮는 황사. 중국의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가 진원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은 중국을 넘어 한반도는 물론, 심할 경우 북미지역에까지 누런 모래를 날린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골몰해 왔다. 사막화 방지 사업이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추진됐다. 초원지대에 풀과 나무를 심었다. 가구당 5~10마리 정도만 가축을 기르되 용도는 가내 식용으로만 한정시켰다. 가죽이나 우유 판매 등으로 얻었던 부수입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이른바 금목(禁牧)정책이다.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해왔던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문제를 유발시켰다.

10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중앙아시아학회와 아시아문화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학술발표회에서 이선화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이 문제를 다룬 논문 ‘초원을 나는 닭: 중국 내몽골 초원 사막화 방지의 생태정치’를 발표한다. 몽골 유목민들에게 소나 양 대신 닭을 주는, 이른바 ‘초원비계(草原飛鷄)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결과다.

이 교수는 참여관찰을 위해 2010년 네이멍구 훈산다커(渾善達克) 지역의 한 마을에 들어가 1년 반 이상 살았다. 여러 초원 가운데서도 가장 건조하다는 황막(荒漠)초원이었다. 중국 정부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기업체나 시민단체들이 풀과 나무를 심고 가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금목정책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와 말 등 가축을 싼 값에 처분해야 했고, 보조금 지급은 원활하지 못했다. 생계대책용으로 대신 보급하려고 보낸 젖소는 관리가 어려워 유목민들이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중국과학원의 ‘초원비계 프로젝트’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큰 가축 대신 작은 가축은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장점을 지녔다. 닭의 생육기간 6개월은 초원 생활 리듬과 잘 맞는다. 닭이 해충을 제거하고 배설물도 많아 풀과 나무가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 닭이 꼼짝할 수 없는 닭장과 달리 자유로운 풀밭을 뛰어다니며 자라다 보니 건강하다. 이런 사육 방식은 대도시 거주민들에게 조금 더 싼 가격에 ‘유기농 방목 닭고기’와 ‘샛노란 계란’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오소리, 너구리 같은 작은 야생동물들의 공격이 늘었지만 대형 비닐하우스 대신 소형 이동식 닭장을 개발해 해결했다.

하얀 삼각형 구조물은 닭을 초원에 놓아 기르기 위해 만든 소형 이동식 닭장이다. 이 닭장을 매개로 유목민과 닭의 생활리듬이 한데 만난다. 이선화 박사 제공
하얀 삼각형 구조물은 닭을 초원에 놓아 기르기 위해 만든 소형 이동식 닭장이다. 이 닭장을 매개로 유목민과 닭의 생활리듬이 한데 만난다. 이선화 박사 제공

그렇다면 닭은 초원의 사막화를 막았을까. 중국과학원의 연구 데이터는 소, 양 같은 대형 가축을 기르는 것에 비해 식물의 다양성과 풍성한 생육에 훨씬 더 좋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유목민들은 닭을 키웠을 때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닭에 대한 대도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초원지대의 사막화 방지와 유목민들의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이 대도시 소비자들의 웰빙 추구 심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흔히 대척된다고 여겨지는 생태계(Ecosystem)와 경제(Economy)가 하나의 단일한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이 교수는 “닭을 매개로 결국 초원과 대도시가 연결됐다”며 “사막화 같은 거대한 얘기를 할 때 막연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구체적 질문에서 출발하면 의외로 괜찮은 해법이 나올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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