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세인 기자

등록 : 2017.09.09 04:00

[아하!생태!]포유류 머리뼈엔 생태 스토리가 담겨 있다

등록 : 2017.09.09 04:00

동물 사체 통해 뼈 추출

수컷ㆍ암컷 특징 파악해

번식집단 성향 알 수 있어

머리뼈 크기로 몸집 유추

이빨 개수ㆍ배열로 나이 추정

육식인지 초식인지도 구별 가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전공 분야를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학위는 어떤 주제로 하셨나요?”라구요.

제가 “포유류 머리뼈로 학위를 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포유류의 뼈, 특히 머리뼈로 논문을 쓰거나 학위를 진행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으니까요. 사실 저도 해외 학회에서는 머리뼈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국내 학회에서 머리뼈를 연구주제로 하는 발표는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라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학문에도 흐름이 있고, 유행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골격을 연구하는 학문,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은 흔히 말하기로는 ‘전통적인 학문, 고전적인 학문’이라고 합니다. 주류 학문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기초학문으로서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생태 ‘기반’ 연구실과도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동물 뼈는 어떻게 구하나요

제 골격 연구에 대해 얘기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진짜 뼈로 하는 것인가요? 동물은 어디서 구하나요?”입니다. 실제 동물의 사체에서 추출한 뼈로 연구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물의 사체를 수집하고 어떤 방법으로 머리뼈, 골격을 추출해 낼까요.

동물의 사체는 직접적 방법과 간접적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 방법은 사냥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포획을 하는 방법이지만, 야생동물의 보전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간접적 방법은 자연사한 동물이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수집하거나,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같은 관련 단체에서 수집한 사체를 기증받는 방법입니다. 제가 일했던 서울대학교 연구실도 주로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기증받아서 골격 표본을 제작했습니다.

수컷 고라니의 전체 골격. 골격 표본은 자연사 하거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입수한 뒤 근육과 뼈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국립생태원 제공

이렇게 입수한 동물사체들은 근육과 뼈를 분리해 골격 표본을 만드는데요. 그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먼저 오래 전부터 이용해 왔던 전통적인 방법인데, 동물의 사체를 끓이는 겁니다. 근육이 전부 익을 때까지 끓였다가 하나하나 뼈에서 제거해야 해서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또 다른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땅에 묻는 방법이 있는데요. 매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고래처럼 인위적으로 골격표본을 만들기 힘든 초대형 동물들은 이런 방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도해보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고래 한 마리의 근육을 땅이 묻어서 썩히려면 최소한 3년 정도 걸리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호기성 세균(산소가 있어야 사는 세균)을 이용해 동물의 사체에서 뼈만 분리해 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일본의 박물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고, 저도 일본의 여러 선생님들에게서 배워온 방법입니다. 준비물은 의외로 단순한데요. 적당한 크기의 양철통, 산소발생기, 온도조절장치, 물, 전기입니다. 가능한 근육을 많이 제거한 동물의 사체를 양철통에 넣고 물을 채운 후, 산소를 발생시켜 주면서 온도를 37도로 유지해주면, 물속에서 호기성 세균이 번식해서 근육을 분해시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고라니가 연구대상이었기 때문에 고라니의 머리를 약 30개 정도 넣을 수 있는 통을 준비해서 골격 표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엄청난 냄새를 동반한답니다. 동물의 근육이 부패하는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집에서 진행하기에는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대학교의 실험실은 환기장치가 잘 구비돼 있는데도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다른 연구실의 교수님들이 항의를 하곤 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상당히 깨끗해서 저도 아주 애용했는데, 대신 관리가 좀 어려운 방법입니다. 바로 수시렁이(Dermestes maculatus)라는 곤충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야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곤충은 동물의 사체가 있으면 주변에 꼭 나타납니다. 이 곤충은 동물의 근육만을 먹습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요. 연골조차도 먹지 않아요.

이 곤충을 실험실에서 사육했었는데요. 사체가 있으면 엄청나게 번식하더군요. 처음에는 약 20여마리를 사육했는데, 1주일 정도 지나니 수천, 수만 마리가 됐더군요. 그야말로 엄청난 번식력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의 벌레가 동물의 사체에 붙어 있는 장면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장면은 아니고 저 같은 관련 분야 연구자나 볼만한 광경입니다. 엄청나게 번식하지만, 수명은 짧아서 연구실에 넘쳐날 정도는 아니에요. 이 곤충은 습기에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날씨가 습해지면, 날개 밑에 진드기같은 종류가 기생해서 수시렁이를 약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번식했던 실험용 수시렁이들이 여름 장마 기간에 ‘멸종’하고 말았답니다.

암컷 붉은 사슴을 차지하는 건 몸집 큰 수컷

우여곡절 끝에 만든 골격 표본은 어떤 연구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요. 특히 동물의 생태와 관련해서 말이죠. 제가 연구하는 주제 중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포유류의 머리뼈를 이용한 ‘성적이형성’ 연구입니다. 포유류는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혹 암컷의 크기가 더 크거나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비슷한 종이 있습니다. 성에 따른 동물의 크기, 그리고 그 이유를 탐구하는 분야가 바로 성적이형성 연구입니다.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성적이형성이 왜 중요할까요. 성적이형성은 몸의 크기의 차이뿐 아니라 뿔의 유무, 몸 색깔의 차이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합니다.

수컷 노루의 머리뼈. 사슴과 동물인 노루는 수컷 머리에 큰 뿔을 가지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붉은 사슴(Red deer)을 살펴보면 수컷은 크고 화려한 뿔을 갖고 있는 반면 암컷은 뿔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슴의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큽니다. 야생동물 사회에서 몸집이 큰 것은 그 번식집단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과 같거든요. 몸집이 크고 화려한 수컷 사슴이 다른 수컷 사슴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그 집단의 암컷 사슴들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번식집단이 수컷 한 마리와 30마리 이상의 암컷으로 구성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일부다처(Polygyny)라고 합니다.

수컷 고라니의 머리뼈. 고라니는 다른 사슴과 동물과 달리 수컷의 머리에 뿔이 없는 대신 큰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 고유종인 고라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고라니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원시형태 사슴이라고 하고, 암컷과 수컷 모두 뿔이 없습니다. 대신 수컷은 송곳니(견치)가 발달해있죠. 몸 크기는 어떨까요. 고라니의 머리뼈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수컷보다 암컷이 조금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슴의 수컷이 암컷보다 큰 것과는 반대죠. 고라니는 번식집단을 형성하기보다는 단독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가 번식기가 되면 번식을 위한 싸움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한 마리의 암컷이 수컷 1.7마리와 교미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일부일처(Monogamy)의 사회 구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합니다. 붉은 사슴과 비교해봤을 때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차이가 많이 나죠. 이러한 암컷과 수컷의 비율은 암컷과 수컷의 몸 크기의 비율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암컷 고라니의 머리뼈.국립생태원 제공

이빨로 동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동물의 이빨을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동물의 생태에 대해 많은 부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빨의 개수와 배열 상태가 포유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니까요.

치아의 백악질(Cementum)을 분석하면 동물의 대략적인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동물의 종에 따라 나이를 예상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사슴과의 동물들은 어릴 때는 어금니가 1개이고, 성체가 되어가면서 3개로 늘어나는 특징이 있죠. 이빨의 형태를 관찰해 초식동물인지, 육식동물인지, 잡식동물인지도 대략적인 구분이 가능합니다. 동물의 먹이는 생태연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죠.

삵의 머리뼈에서 볼 수 있는 치아구조. 국립생태원 제공

이빨의 개수, 배열 순서를 간략히 이해하기 쉽게 표기한 식을 치식이라고 합니다. 치아의 배열이 좌우대칭이기 때문에 절반만 표시합니다. 우리와 친근한 동물인 개의 치식은 ‘I3/C1/P4/M2, i3/c1/p4/m3’으로 표현됩니다. 영어 I는 앞니(Incisor), C는 송곳니(Canine), P는 작은어금니(Premolar), M은 어금니(Molar)의 앞글자를 따 왔습니다. 대문자는 윗니, 소문자는 아랫니를 나타내고 각각의 숫자는 이의 개수를 의미합니다. 잡식성인 개는 윗니에 앞니가 여섯개, 송곳니가 양쪽에 하나씩 두 개, 작은어금니가 양 쪽에 네개씩 여덟개, 어금니가 총 네개 있는 셈이죠.

고라니의 치식은 ‘I0/C1/P3/M3, i3/c1/p3/m3’으로 표현됩니다. 윗니에서 앞니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고라니는 윗입술과 아랫니의 앞니를 이용해서 풀을 뜯어먹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유류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머리뼈

머리뼈는 두뇌가 발달한 포유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그 동물의 특징이 모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리뼈의 크기를 통해 몸의 크기나 체중 등을 유추할 수 있죠. 앞에서 언급했던 이빨의 특성, 눈의 위치, 시야의 확보 정도(광대뼈의 높낮이 등), 주둥이의 길이 등으로 초식ㆍ육식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생태를 알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머리뼈를 보면, 어떤 종의 동물인지 대강 가늠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비록 동물형태학자이지만, 어느 정도 생태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고라니를 연구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해부학실은 고라니의 머리뼈 약 200여 개, 너구리의 머리뼈 약 200여 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고라니 및 너구리 머리뼈 연구실입니다. 심지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골격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보다 서울대 해부학 실험실의 고라니, 너구리 골격 표본이 많습니다. 실험실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논문 등을 쓸 때 샘플이 많으면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집니다.

포유류의 머리뼈를 비롯한 뼈들을 보면, 무언가 괴기스럽기도 하고,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록 동물의 골격을 이용한 연구 분야가 여러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다른 첨단 분야에 비해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전공필수’같은 고전적인 학문인 만큼 공부해 볼 만 하지 않을까요.

김영건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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