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성
논설실장

등록 : 2014.07.21 20:00
수정 : 2014.07.21 20:55

[이계성 칼럼] 새정치연합의 자충수 유전자

등록 : 2014.07.21 20:00
수정 : 2014.07.21 20:55

한 수 앞도 못 본 권은희 공천 악수

수도권ㆍ충청서 전패 위기에 몰려

경험서 못 배운 대가 혹독히 치를판

당초 7ㆍ30재보선 바둑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상당히 유리한 판세가 예상됐다. 6ㆍ4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비기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와 시리즈로 계속된 박근혜 정부 인사참사의 반사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천 포석단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기동민 악수에 이어 결정적으로 권은희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판세가 일거에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공천은 후환 거리인 천정배를 제압하고 사위어버린 국정원 댓글 사건의 불씨를 살리는 회심의 한 수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엄청난 착각이고 7ㆍ30재보선 판세를 한 순간에 망쳐버린 악수 중의 악수였음이 확인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주말 투표 열흘 정도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ㆍ경기와 충청권 9개 선거구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당 안팎에서는 전멸의 위기감마저 감돈다. 경기 평택을의 정장선 후보만 자신이 원래 쌓아놓은 정치 자산으로 오차범위 내 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시각각 밀려드는 홍수에 언제 둑이 무너질지 불안한 형세다. 6ㆍ4지방선거 이후 상승세였던 새정치연합 지지도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바둑 해설가들이 악수의 대가를 설명하면서 흔히 쓰는 말로 “완전 망한 꼴”이다.

뒤늦게 새정치연합이 불리한 판세를 만회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성향 매체들이 뒤집어씌운 ‘보상 공천’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기에 더해 권 후보 자신의 석사학위논문 표절과 변호사 시절 위증교사 의혹에 이어 남편의 재산축소 신고와 부동산투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세월호와 박근혜 정권 심판론으로 재보선 승리를 이끌겠다던 새정치연합의 당초 구도는 언감생심이고 권은희 심판, 권은희 보상공천 심판의 깃발만 도처에 나부끼고 있다. 여당과 보수언론뿐만 아니다. 다른 야당과 일부 진보성향 매체까지 권은희 공격에 뛰어들었다. 권 후보는 ‘정의의 딸’ ‘살아온 이력이 진정성 그 자체’이기는커녕, 마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의 권은희 공격은 분명 지나치다. 지난 대선후보토론 마지막 회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놓고 논란이 첨예했던 토론이 끝난 직후 심야에 수사발표가 이뤄진 정황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폭로가 없었더라도 그런 비정상적 정황은 달라질 수 없다. 총선 공천이나 정치를 염두에 두고 그런 폭로를 했다는 주장도 상식과 거리가 있다. 권 후보 남편 재산문제에 대한 의혹 제기도 과도하다.

그러나 7ㆍ30재보선 판은 이미 그런 상식을 넘어섰다. 새정치연합과 권 후보가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해봤자 백약이 무효인 국면이다. 7ㆍ30재보선은 권은희 심판론 단 하나의 쟁점만 있는 선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이런 구도와 판을 만들어낸 게 그들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자충수 이력은 이번뿐이 아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과반 획득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나꼼수’의 김용민과 운동권 출신 중시 공천이라는 방향 착오로 되레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줬다. 당시 민주당은 김진표 등 관료 출신 공천배제론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다. 가까스로 수원 영통에 공천된 김진표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지난 대선 때도 민주당 주류가 안철수 카드를 택할 수도 있다는 자세로 임했다면 대선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대선 투표일 며칠 전 터뜨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역시 권력핵심기관의 국기문란 본질과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여당 표 결집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때 부산지역 기관장이 모여 관권선거를 모의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되레 여당의 김영삼 후보 당선을 도왔다.

새정치연합은 정치판의 이런 경험과 생리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한두 수 앞조차 내다보지 못하고 자충수를 놓는 전형적인 하수의 정치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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