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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기관의 블루오션, 신고와 단속

입력
2016.06.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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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역할확대를 위해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으나 이는 민간을 잠식하는 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은 민간이 안 하는 일 중에서 정부가 직접 수행키 어려운 일을 대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원칙에 부합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사업영역은 무엇인가.

정부의 핵심역할 중 하나는 규범과 질서의 유지이다.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 사회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를 위해선 단속과 처벌강화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처럼 담배꽁초 무단투기자에게 1,700만원을 부과할 순 없다. 남은 방안은 적발강화이다. 적발에는 많은 감시 인력이 필요한데 공무원 수를 늘리기 어려우니 결국 시민의 신고 정신이 꼭 필요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신고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다고 하는데, 질서위반을 서로 묵인하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범법자 간 담합이다. 오히려 신고의식이 높은 국가일수록 사회적 신뢰가 높게 나타난다. 신고의식이 규범준수를 유도하고, 타인의 규범준수를 믿으면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의 낮은 사회적 신뢰는 많은 불신비용을 잉태하며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투서와 고소는 넘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것이다. 공익을 위한 신고는 개인에게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행정연구원(2014)에 의하면 35개 중앙부처에서 탈세, 뺑소니, 허위 환자, 밀수 등 80개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를 포괄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그러자 신고포상제를 오남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약사의 지시를 받은 약국 직원에게서 감기약을 건네받으면서 이 약국을 ‘약사만 감기약을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 위반이라고 고발한 사례가 있다. 유통기한 넘은 상품을 일부러 찾아 구매한 뒤 마트 주인을 협박하여 1,400만원을 갈취한 사례도 있었다. 함정적발 등 무리한 신고로 민원이 발생하고 행정기관의 업무가 폭주한 사례는 허다하다. 여론이 나빠지자 신고포상금제가 약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경부가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포상금제를 지자체 자율로 바꾼 것이 그 예이다. 이 경우 대부분 제도가 유명무실해진다. 주민여론을 의식한 지자체가 포상금 예산을 적게 편성하기 때문이다. 교통법규 위반 신고포상금제 역시 전문 신고꾼을 양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되었다. 건당 신고포상금과 일인당 연간 지급총액 상한을 낮춘 사례도 있다. 포상금제의 오남용이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훼손하고 있다.

신고는 활성화하면서 포상금제의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을까. 포상금이 아닌, 공익을 위한 시민의 신고 정신이 원론적 답이다. 그러나 신고에도 비용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수카메라를 팔면서 소위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사설학원이 많이 생겨난 것이 그 증거이다. 시민 정신에만 의존해선 우리의 규범준수와 사회적 신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앞으론 공공기관이 신고와 단속에 적극 참여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허위 내지 과잉신고가 줄어 사실확인 절차도 크게 간소화된다. 공공기관이 신고 기능을 수행하면서 관련 포상금제를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유사 석유제품을 단속하면서 신고포상제를 운영한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밀렵을 단속하면서 포상금을 위한 신고도 접수한다.

공공기관이 단속까지 하려면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고는 법적 근거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각 공공기관은 관련 분야에서 신고나 단속 기능 혹은 신고포상금제 운영을 맡을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 보길 권한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신뢰 제고를 위한 관련 공공기관의 노력에 인력과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신고와 단속의 강화는 우리의 사회적 신뢰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공공기관의 블루오션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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