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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그램까지 “충격의 민머리 공개…”

입력
2018.05.0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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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사람 조롱하는

천박한 방송 사라져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90년대 댄스가스로 인기를 모았던 현진영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머리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오늘부로 머리를 밀었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이 사진은 사실 만우절 이벤트용 합성사진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사진에 “빵 터졌어요” “너무 웃겨요” 하는 댓글을 달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대머리는 우리 사회에서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하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코미디 프로뿐 아니라, 심지어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탈모인을 조롱하는 경우가 있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2016년 11월 시사프로그램에서 ‘문화예술계 청와대 실세’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에 대해 “충격의 민머리 공개” “이제 다시 가발 안 써?” 등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과 무관하게 탈모를 조롱하는 방송을 내보냈다가 이듬해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머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화제가 될 때마다 탈모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조롱이 더 심해져 고통 받는다. 10년 넘게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서모(45)씨는 “과거 한 공중파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서 ‘마빡이’가 인기를 끌었을 때 사람들이 나보고 ‘너도 마빡이니까 이마를 치면서 춤을 추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놀려 싸움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나 “그렇게 사람들이 놀릴 때 화를 내면, ‘농담인데 뭘 그리 화를 내냐’며 옹졸한 사람 취급을 한다”며 “그들이 조롱할 때 같이 웃고 맞장구를 쳐 줘야 하는 비참한 신세”라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에서 대머리를 우스꽝스럽게 연출해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말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그는 물론 드라마, 쇼 프로그램에서 대머리는 전문적이지 않고, 덜 떨어진 사람의 전형이 됐다”며 “코가 납작하면 ‘납작코’, 점이 많으면 ‘점박이’처럼 미디어에서 특정 신체부위를 희화화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런 소재는 쉽고 빠르게 대중을 웃길 수 있지만 그만큼 미디어가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며 “특정 신체부위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외모로 사람을 조롱하는 천박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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