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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돌봄 휴식 위해… 성인 발달장애인이 낮에 갈 수 있는 곳 있었으면”

입력
2018.06.05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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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자녀가 어릴 때 하지 못한 걸 후회하는 게 있다. 친구 사귀기도 여행가기도 아닌 바로 입학 유예다. 초등학교의 경우 최장 2년까지 입학을 유예할 수 있는데, 입학을 늦추면 졸업이 늦춰지니 돌봄의 부담이 훨씬 큰 성인이 됐을 때 2년의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발달장애 아들을 둔 이순식(40)씨는 “당시에는 자녀가 동생보다 늦게 졸업하는 게 마음에 걸렸고 그래도 나이에 맞춰서 학교를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입학 유예를 시킨 부모들이 가장 부럽다”고 말한다. 실제 발달장애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집 근처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거나 취업을 하면 좋겠지만 자녀의 장애 정도가 심각할수록 ‘낮에 갈 수 있는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이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이씨는 “아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쉴 수가 있었는데 졸업 이후에는 대책이 없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제 집마저도 나에겐 휴식공간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부모들이 나이가 들면서 성인 발달장애 자녀들을 돌보는 데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해서 필요한 건 평생 교육과 일자리가 꼽힌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로 가고 있다. 먼저 주간보호센터의 경우 수용 인원은 1만명에 불과한데다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위치나 시설, 프로그램이 좋은 주간보호센터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대기는 길어진다. 또 센터가 이용자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이른바 ‘도전적 행동’(발달장애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등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 나타나는 자해ㆍ타해ㆍ공격성 등의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들은 후순위로 밀린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23.5%에 그치고 있다. 박승희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의 다양한 진로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중등 이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며 “프로그램 다양화뿐 아니라 실시 장소도 특수학교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평생교육기관이나 대학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 성인에게 직업생활은 자립생활을 넘어 일하고 싶은 욕구 충족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유은혜 서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센터장은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직업은 단순히 임금을 받는 경제적 의의뿐 아니라 일을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인간관계를 넓히고,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를 확립시키는 측면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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