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본적으로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결과물이다. 그것이 ‘작품’으로 불리려면 더욱 그렇다. 2년 전, 한 사진작가가 작품구도에 방해가 된다며 경북 울진의 산림보호구역에서 220년 된 금강송을 비롯해 25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사실이 알려져 지탄 받은 일이 있었다. 주변 나무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라온 생장환경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으니 피사체가 된 나무도 적응에 꽤나 힘들어 할 것이다. 가녀린 풀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바야흐로 봄이고 멋진 야생화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가들도 덩달아 바쁜 철이다. 몽실몽실한 솜털로 가느다란 꽃대를 감싼 노루귀는 이 무렵 가장 사랑 받는 대상이다. 그 모습을 담으려고 주변의 낙엽을 말끔히 긁어내 맨땅이 드러난 장면도 쉽게 목격된다. 영하의 추위가 아직도 몇 번은 닥칠 텐데 발가벗은 노루귀가 온전히 자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버젓이‘생태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넘쳐나고, 더러는 상도 받는다. 가장 크게 비난 받아야 하고 가장 먼저 탈락시켜야 할 사진이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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