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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무시하고, 두경부암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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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무시하고, 두경부암 잘 몰라”

입력
2017.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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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치료 안 해도 종양변화 점검 필요

로봇 갑상선암ㆍ두경부암 수술 세계적 권위

태경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상선암도 암”이라며 “종양크기가 작아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태경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상선암도 암”이라며 “종양크기가 작아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예후가 좋아 ‘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암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이들도 “위암이나 간암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갑상선암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의사가 있다. 태경(57)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다. 태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지만 갑상선암도 암”이라며 “갑상선암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이 커져 주변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전이가 발생해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갑상선암, 종양 크기 작아도 방심 금물

갑상선암은 암 진행속도가 가장 느린 암이다. 그래서 종양크기가 1㎝미만이고 갑상선에 국한되면 치료보다 관찰을 한다. 태 교수는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평생 종양이 자라지 않으면 몰라도 종양이 커지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될 수 있어 6개월에서 1년마다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환자들이 검사 자체를 외면하다 일을 당한다는 것이다.

갑상선암과 함께 경각심이 높지 않은 암이 두경부암이다. 두경부암이 어느 부위에 생기는 암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두경(頭頸)부는 머리와 목 부위를 말한다. 사람은 두경부를 통해 숨을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고, 말을 한다.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숨을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고, 말을 할 수 없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태 교수는 “다른 암에 비해 발생가능성이 낮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말기에 발견돼 치료가 힘든 암이 두경부암”이라고 말했다.

태 교수는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하고 과도한 음주를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씹어 먹는 담배를 즐기는 인도에서 두경부암은 폐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하면 구강암 발생률이 20~30배 정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음주, 흡연, 식생활, 위생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후진국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두경부암 중 특히 혀 뒷부분의 구인두에 생기는 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중요 발암인자로 밝혀졌다. 태 교수는 “HPV는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데 국내에서 구인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수술로 암환자 만족도 높여

태 교수는 로봇수술을 통해 갑상선암과 두경부암을 치료하고 있다. 태 교수는 이비인후과 의사로는 세계 최초로 로봇 갑상선수술을 시행한 로봇수술 대가다.

기존 갑상선암 수술은 목 부위에 흉터가 남아 환자만족도 떨어졌다. 태 교수가 로봇 갑상선수술을 시도한 것은 환자만족도를 위해서다. 로봇 갑상선수술은 겨드랑이 또는 귀 뒷부위를 절개해 시행된다.

태 교수는 “기존 두경부암 수술은 턱뼈를 절개해야 돼 환자가 받는 충격이 컸다”며 “턱뼈 등을 절개하지 않고 로봇을 입 안에 삽입해 수술할 수 있어 환자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태 교수는 로봇 갑상선ㆍ두경부암 수술의 안전성,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 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태 교수가 갑상선암과 두경부암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양대병원 갑상선ㆍ두경부종양센터가 있어서다. 태 교수는 “매주 월요일 오후 갑상선암, 두경부암 환자 치료를 위해 관련 진료과 교수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있다”며 “완벽한 다학제 협력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헌신한 교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경(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수가 갑상선ㆍ두경부종양센터 다학제 협력진료회의를 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태경(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수가 갑상선ㆍ두경부종양센터 다학제 협력진료회의를 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태 교수에게 수술은 예술이다. 그는 “수술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전공지식, 수술기술은 물론 환자를 살리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수술 준비과정부터 수술이 완전히 끝나는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태 교수는 휴가를 쓰지 않는 의사로 유명하다. 매년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 초청을 받아 로봇갑상선암ㆍ두경부암 수술법 강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학회 강연만 20회에 달한다. 태 교수는 “몸은 힘들지만 한국의료 발전상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태 교수는 후학들에게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치료하라고 강조한다. 입원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한밤중에라도 병원에 달려오는 그이기에 그의 가르침은 후학을 감동시킨다.

태 교수는 “갑상선암은 무시하고, 두경부암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 암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는 물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과 수술법을 찾아 환자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의가 그냥 된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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