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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류 구원에 나선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식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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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류 구원에 나선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식 판타지

입력
2018.06.0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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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제공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제공

고양이 이야기다. 그것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다. 흥행의 필요 조건을 갖추고 소설은 출발한다. 제목도 솔직한 장편 ‘고양이’. 종교 전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를 고양이가 구한다는 블록버스터 급의 줄기에, 공들여 묘사한 ‘고양이 베드신’도 나온다. 철학, 역사, 생명, 진화, 노동, 샤머니즘까지 온갖 것들이 버무려져 있지만, 어렵지 않다. ‘술술’이라는 말이 보통 묘사하는 속도보다 빨리 읽을 수도 있다.

‘미물’의 눈으로 인간을 비꼬는 설정은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1991)를 닮았다. 그 사이 인간은 더 한심해졌다. “인간들은 자기들과 닮은 것을 절멸하려 하지. 더 이상 외부의 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공격성을 내부의 자신에게 돌리는 거야.” 주인공, 아니 주묘공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눈에 비친 인간은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자멸하게 돼 있는” 존재다. 생명은 물고기에서 공룡으로, 다시 인간으로 진화했다. 지금 이대로는 인간의 시대가 끝나고 ‘다음 생명’이 등장할 것이라고 소설은 경고한다. “인간 다음은 누굴까.” 소설의 프랑스어 원제는 의미심장한 ‘내일은 고양이(Demain les chats)’다.

열린책들 제공
열린책들 제공

소설 속 프랑스 파리는 테러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다. 쥐가 접수한 도시를 되찾으려 바스테트, 피타고라스가 고양이 군대를 일으킨다.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똑똑하다.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와 고대 그리스 사상가 피타고라스에서 이름을 따 왔다. 둘은 인류의 ‘정신’과 ‘지성’을 각각 이어 받은 존재다. 과학실험용 고양이인 피타고라스의 머리에는 ‘제3의 눈’이라 부르는 USB 단자가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인류가 쌓은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학습한다. 인간에게 정보를 전달할 순 없다. 인간과의 소통은 바스테트가 맡는다. 지구를 살리고 인간도 살아 남기 위한 마지막 해법으로 베르베르가 제시하는 ‘생명의 연대’를 바스테트가 상징한다.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발행∙1, 2권 각 240쪽, 248쪽∙각 1만2,800원

베르베르는 수컷을 열등한 존재로 그린다. 인간이든 고양이든, 식욕 혹은 성욕의 노예이다가 결정적 순간에 비열해진다. 베르베르는 고양이의 입을 빌어 책 곳곳에서 ‘인생 강의’를 한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퍼지는 생명이 통과해 지나가는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부당한 장애물이 더 나은 삶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껴야 고통의 감정도 생기는 법이다”,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 “세상 모든 존재들과 소통하겠다는 야망을 가졌으면 모름지기 자기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지적 자극을 받는 독자와 부자연스러운 허세라고 느끼는 독자가 갈릴 듯하다.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한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는 ‘한국’도 등장한다. 한국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는 걸 베르베르가 의식해서일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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