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형준 기자

손영하 기자

강진구 기자

등록 : 2018.04.17 04:40
수정 : 2018.04.18 11:04

드루킹, 대선 전부터 여론조작 정황… 대선판으로 불길 번지나

등록 : 2018.04.17 04:40
수정 : 2018.04.18 11:04

“대선 경선때 선거 돕겠다며 접근

유명 블로거 확인 후 제의 수락”

민주당 다른 의원과도 연결 시사

2016년 11월 김경수와 접촉 후

文후보 관련 글 트위터 집중 게시

선관위, 대선직전 불법선거 포착

느릅나무 출판사 조사 나서기도

일각선 “선거브로커에 당한 것”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모씨 (빨간원)가 2016년 10월 3일 경기 파주 임직각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선언' 9주년 행사에 참석해 심상정 (앞줄 왼쪽 첫번째) 정의당 의원, 유시민 (왼쪽 두번째)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있다.시사타파 TV 동영상 캡처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경찰 수사는 지난 1월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기사에 대한 행위에 집중돼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댓글 공감 수를 올리면서 여론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이 행위에 일단 수사력을 모으겠다는 게 수사팀 입장. 하지만 영향력을 과시하는 등 전형적인 선거브로커 행태를 보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지난해 5월 제19대 대선 이전부터 꾸준히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고 주도하려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자신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진짜 까줄까?”라는 말을 남겨 협박이나 폭로 암시 등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경찰과 주범 김씨 지인들에 따르면, 사실 김씨 등이 대선 이전부터 선거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했을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김씨는 대선에서 공식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김씨를 잘 안다는 인터넷논객 A씨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김씨가 지난 대선 경선 무렵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접근,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에도 텔레그램 메신저로 연락을 취한 여당 의원 여럿이 포착되기도 했다. A씨는 “일부 의원은 드루킹이 민주당을 오래 지지해 온 유명 블로거임을 파악한 뒤 (김씨) 제의를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김 의원에게 처음 연락을 취한 시점도 이런 의심을 더해준다. 2016년 11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 붙으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그림이 무르익던 때이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씨가 (문재인) 캠프에서 별다른 직책도 없었고 공식 운동원도 아니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갑자기 집단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16년 12월부터 문 대통령 관련 글을 트위터에 집중 게시했고, 2017년 초부터는 본인이 주축으로 활동하던 블로그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글을 공유하면서 문 후보 지지운동을 폈다. 특히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 선거관리위원회가 김씨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 특정 IP에서 조직적인 댓글 작업 등 불법 선거운동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을 찾았으나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김씨 측 제지로 물러선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도 확인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유사 선거기관 설치 등 몇 가지 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인 뒤 같은 해 11월 더불어민주당과의 연계나 불법성을 찾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으나 의문은 여전하다.

15일 오전 1시쯤 민주당원 댓글 조작이 이뤄진 장소로 지목 받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불이 켜져 있다. 김형준 기자

문 대통령 집권 뒤인 지난해 12월엔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경선 당시 함께했던 1,000명의 경인선 동지’를 언급하며 경인선이 자신의 정치적 조직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의원에 대한 지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한다. 김씨가 본인이 운영하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서 방문자들에게 추천한 ▦우경수(우유빛깔 김경수) ▦세이맘(세상을 이끄는 맘) ▦경인선은 모두 김 의원 지지를 독려했다. 이 카페에는 또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 작성방법’ ‘더불어민주당 온라인당원 신청방법’ 등 민주당 입당을 소개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대선 이후에는 카페 회원들에게 민주당 가입을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김씨의 행위는 전형적인 선거브로커 행태로 김 의원이 꼼짝없이 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명 블로거라는 온라인상 입지를 등에 업고 대선을 앞둔 정치인에게 접근한 것은 물론, 유명 정치인을 자신의 강연회 등에 불러 또 다시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고 한 점, 더불어 대선 공적을 내세워 인사 청탁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 점 등이 그렇다. 김씨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19일 당시 노회찬 정의당 후보 아내 운전기사에게 200만원을 송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벌금 600만원이 선고된 적도 있다.

김 의원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요구를 안 들어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半)협박식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면서 “그 이후에는 (만남이나 접촉이 없었고) 언론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씨 등의) 일탈 배후에 제가 연루된 것처럼 악의적 정보가 흘러나오고,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을 했는데, 이 역시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의도가 담긴 해명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김씨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내 인터넷기사 링크 3,000여개가 담긴 메시지 115개를 김 의원에게 보냈지만, 김 의원은 이를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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