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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불안 틈타 북풍 기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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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불안 틈타 북풍 기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

입력
2017.04.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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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개념ㆍ대북송금 다시 쟁점화

한국당, 야권 전체 겨냥해 맹폭

바른정당은 文에 집중 포화

安 측도 “안보관 정확해야” 편승

정치권 안팎 논란 확산되자

국방부 “北에 주적 표현 안써”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밤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불거진 ‘북한 주적(主敵)’ 논란을 거론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밤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불거진 ‘북한 주적(主敵)’ 논란을 거론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때아닌 ‘색깔론’ 바람이 불고 있다. 19일 KBS가 주최한 원내 5당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보수 진영 후보들이 북한 주적(主敵)론과 2003년 대북송금 사건을 새삼 쟁점화하면서다. 안보 불안을 틈타 북풍(北風)에 올라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지적이다.

구여권 보수 정당과 후보들은 2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당선되면 북한을 주적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문 후보와 김대중 정부 당시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공과(功過) 양면이 있다는 안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야권 전체를 맹폭했다. 정태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대한 문 후보의 두렵고도 놀라운 생각이 낱낱이 밝혀졌다”며 “북핵ㆍ미사일 위협이 현존하는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를 목표로 둔 사람의 답변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철우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은 안 후보의 공과 발언을 놓고 “귀를 의심했다. 유죄 확정 사건에 공이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보수표와 배후 박지원 대표, 양쪽을 오가는 기회주의”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은 문 후보 공격에 주력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은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각각 “누가 주적인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냐”고,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걱정돼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주적 개념이 ‘국방백서’에 들어가 있다는 유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고도의 전략적이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깊은 철학과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반격했다.

반면 보수 지지층에 구애 중인 안 후보 측이 구여권의 이념 공세에 편승하면서 이념 전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안 후보 측 손금주 수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은 주적이라는 단어가 있어야 주적인 것인가”라며 “북한의 도발과 핵실험 등으로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지금, 국군 통수권자와 집권여당이 북한의 정권과 북한 군부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문 후보는 말장난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안보관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대선 정국의 때아닌 색깔론과 이념 논쟁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시대착오적 논란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냉전이 종식된 지 30년이 돼가는데도 아직 냉전 시대의 주적 개념을 언급하는 건 매우 시대착오적”이라며 “안보와 남북 대화는 선택 대상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가 병행해야 할 양대 과제”라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하기 시작했으나 2004년 삭제한 뒤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대한민국 법체계도 북한을 적으로 보면서 동반자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무력 대립도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로 끌고 간다는 두 가지 시각을 다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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