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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200일] 랭킹22위 한국이 1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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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200일] 랭킹22위 한국이 1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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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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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신소정(오른쪽)과 대넬 임이 21일 서울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신소정(오른쪽)과 대넬 임이 21일 서울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핵심인 골리(골키퍼) 신소정(27)과 공격수 대넬 임(24ㆍ한국명 임진경)은 비슷한 시기에 스틱을 잡았다. 여덟 살에 아이스하키가 좋아 시작한 공통 분모가 있지만 둘의 환경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신소정은 아이스하키 저변이 아예 없는 한국에서, 대넬 임은 세계 1위의 강국 캐나다에서 각각 빙판을 누볐다.

다른 환경에서 실력을 키우던 둘은 2013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신소정은 14세 때인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뒤 대표팀의 독보적인 골리로 자리를 지켰다. 캐나다 동포 대넬 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강화를 노렸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우수선수 특별 귀화 대상자로 선정돼 그 해 7월 한국땅을 밟았다.

신소정은 협회가 주최한 2013 여름 리그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그 동안 국내에서 막아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슈팅이 수 차례 날아왔다. 당시 대넬 임은 신소정이 지키는 골망을 두 차례 흔들었다. 선진 하키를 터득한 대넬 임의 경기력을 본 뒤 신소정은 해외로 나가고 싶은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2007년 캐나다 유학을 추진해 현지 대학 팀의 트라이아웃을 통과했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꿈을 접었던 그는 6년 만에 유학 문을 또 두드렸다.

결국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렸다. 신소정은 캐나다 대학 1부리그 팀들에 지원서를 보냈고 명문 팀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StFX)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StFX측은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장학금 등 최고 수준의 지원과 주전 자리 보장까지 약속했다. 신소정의 캐나다행은 대넬 임의 어머니가 물심양면 도와준 덕분에 가능했다.

대넬 임(왼쪽)과 신소정.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넬 임(왼쪽)과 신소정.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소정은 지난 21일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진행한 본보와 인터뷰에서 “4년 전 대넬을 비롯해 귀화 선수들의 슈팅 등 경기력이 다시 한번 해외무대로 도전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됐다”며 “영어를 잘할 줄 몰라 지원서를 내고 절차를 밟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넬의 어머니가 통역도 다해주고 감독과 통화도 해주셨다”고 돌이켜봤다. 함께 자리한 대넬 임은 “당시 내가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어머니가 한국에 들어오셔서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서 “이미 캐나다에 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고,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도 뛰어났다”고 밝혔다.

신소정은 선진 리그를 뛰며 세계 수준의 선수로 급성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서 활약하는 등 대표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캐나다 여자 대학 1부리그 명문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에서 뛰었던 대넬 임은 신소정의 든든한 동료이자 친구, 때로는 영어 선생님이 됐다. 신소정은 “캐나다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영어도 잘 안 되는 상태로 갔는데 대넬과 대넬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방학 때 학교 기숙사가 문 닫으면 대넬 집에서 지냈고, 크리스마스 때는 함께 파티를 했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온 둘은 이제 올림픽이 200일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에 눈빛을 번쩍였다. 대넬 임은 “시간이 많지 않다. 흥분되고 긴장된다”며 “하루 하루 더 나아지자는 마음을 매일 되새기고 있다”고 했다. 신소정은 “평창 올림픽 미디어데이를 처음 경험해봤는데 그 때 올림픽이 다가왔다는 실감이 났다”면서 “경각심과 책임감이 동시에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의 남북 단일팀 추진으로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신소정은 “단일팀은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려도 많이 된다”며 “엔트리(출전선수)를 늘려서 우리 선수가 보호된다고 해도 북한 선수와 함께하면 팀 조직력이 깨지지 않을까 염려되고 지금까지 꾸준히 내왔던 성과를 올림픽에서도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대넬 임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지금 우리 팀 연습에 신경 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대넬 임-신소정.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넬 임-신소정.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둘은 오는 28일과 29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5위 스웨덴과 평가전을 두고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우리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올림픽 전에 강팀들과 계속 부딪쳐야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랭킹 22위인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해 평창 올림픽에서 스웨덴, 스위스(6위), 일본(7위)과 맞붙는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신소정은 “‘진다고 들어가는 선수는 없다’는 백지선 남자 대표팀 감독님의 말에 항상 공감한다”면서 “상대가 1위든, 10위든 자신감을 갖고 붙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넬 임은 “원 바디, 코리아(One Body, KOREA)”라고 외친 뒤 “선수들 모두 팀에 공헌하는 플레이를 하고, 개인적으로는 기술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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