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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돼야 합니다

입력
2018.05.25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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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의결했으나, 문제는 그대로 두고 땜질만 했단 인상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양대 노총이 이미 결의대회를 열었고,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던 민주노총은 총력투쟁까지 나설 태세다.

사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임금의 정의를 보아도, 최저임금법 조항을 보아도 그렇다. 재계가 주장하듯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여금 때문에 중위소득 이상 노동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름에 따라 그 왜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물론 기본급 대신 상여금을 비정상적으로 늘려 온 것은 초과근로수당을 줄이려는 재계의 꼼수였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노조도 책임이 없다 할 순 없지만, 재계의 반성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하지만 재계의 책임을 따져 묻는 것과 별개로, 이 왜곡된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다.

혹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최저임금법을 무력화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이 필요할 정도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애당초 그만큼 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느냐 하는 건 이 사람들 입장에선 상관없는 문제다. 그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여금이 붙는 경우. 이 사람들에게는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이미 이런 경우 최저임금만큼 기본급을 높이는 대신 상여금 비율을 줄이는 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한다. 노동자 측과 합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대기업도 아니고, 노조도 유명무실한 이들에겐 말 그대로 형식상 절차일 뿐이다.

상여금은 여전히 기업의 꼼수에 악용되고 있다. 상여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겐 아예 딴 나라 얘기다. 약자일수록 그로부터 혜택을 보기 어렵고, 상대적인 박탈감만 조장한다. 그런데 국회 환노위의 개정안은 양자 입장을 어중간하게 절충하느라 비정상적인 임금 체계를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최선의 대안은 비정상적인 임금 체계를 깔끔하게 손보면서 그로 인해 우려되는 노동자들의 손실은 폭넓은 임금 인상으로 포괄해 버리는 것이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실제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했다. 이 정부의 노동정책이 급격히 친기업적으로 탈선하지 않는 한, 지금이야말로 임금 체계를 정상화할 적기다.

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는 물론 고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률을 유지하고 고용 부문에서 기업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충분히 좋은 합의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주휴수당 문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주휴수당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온갖 문제를 야기한다. 단시간 근로자에게 아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도 많고, 일부 사업자는 이를 회피하려고 노동시간을 쪼개기도 한다. 임금은 물론 노동시간까지 왜곡되며, 계산도 그만큼 복잡해져 실무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중요한 건 주휴일이지, 주휴수당이 아니다. 이 또한 폐지해 임금구조를 단순화하되, 그만큼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고 최저임금 위반을 강력 단속하는 게 맞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제도는 문제를 꼬아 놓기 마련이다. 특히 약자들에게 더 그렇다. 임금체계 정상화란 과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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