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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허락 받고 지각 땐 전체 기합... 캠퍼스 응원단의 비뚤어진 '군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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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허락 받고 지각 땐 전체 기합... 캠퍼스 응원단의 비뚤어진 '군기 문화'

입력
2018.03.07 15:3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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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막내 기수 전원 탈퇴 뒤 폭로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 사무실. 이들의 군기 문화가 폭로된 7일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상무 기자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 사무실. 이들의 군기 문화가 폭로된 7일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상무 기자

대학 응원단의 비뚤어진 ‘군기 문화’ 실체가 드러났다. 홍익대 서울캠퍼스 응원단 막내 기수(32기ㆍ2017년 입학) 전원이 응원단을 탈퇴한 뒤 그간 겪은 응원단 생활을 속속들이 폭로했다. “저희처럼 울면서 나오게 될 새내기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응원단의 악폐습을 알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1년간 겪은 ‘악폐습’은 무얼까.

7일 응원단 ‘아사달’ 32기에 따르면, 1년 두 번씩 열 기수 위인 22기부터 30기 선배들의 이름과 기수를 모두 암기하는 ‘기수시험’을 쳤다. ‘부모’ 뻘인 1기 선배에게는 ‘오빠’ ‘언니’라고 부르도록 강요 받았다.

선배 허락 없인 사소한 행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훈련 중에는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신발 끈 묶기뿐 아니라 격렬한 연습으로 다치더라도 마음대로 치료할 수 없었다. 치료를 한다 해도, 빠진 연습량은 혼자 소화한 뒤 영상으로 찍어 선배에게 보내야 했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무릎보호대라도 차고 있으면 “나도 무릎 계속 찧고 다리 깁스까지 했다. 참아라”라는 호통이 날아왔다.

이런 강력한 ‘상명하복’ 관행 배경에는 ‘연대책임’과 ‘집합’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훈련에 늦으면 지각 1분당 3바퀴씩 동기 전체가 운동장을 뛰었다. “동기들이 다 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죄책감을 악용한 것”이라고 막내 기수는 입을 모았다. 조금이라도 선배 눈 밖에 벗어나면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 참석 차 평창에 합숙할 때는 새벽 시간 영하 18도 추위 속에서 갖은 폭언과 함께 기합을 받았다.

선배 모시기는 응원단 각종 행사에서 이어졌다. 장기자랑 준비는 기본이고, 심지어 MT에서 막내 기수들은 ‘선배용 음식’을 미리 주문 받아 직접 요리해야 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선배들이 만든 ‘고문주’를 꼭 마셔야 했다. 고문주는 술에 음식, 쓰레기, 가래침, 동전 등을 섞은 것이다.

이를 참지 못한 막내 기수 7명이 응원단 군기 문화를 문제 삼자, 선배들은 욕설과 함께 “적응 못하면 나가라”고 맞받았다. 응원단 측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페이지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라며 “입장 정리가 완료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 소속 한 학생의 훈련 이후 멍든 무릎의 모습. 이렇게 멍이 들어도 선배 허락 없이 훈련 중에 치료는 꿈도 못 꾼다.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 소속 한 학생의 훈련 이후 멍든 무릎의 모습. 이렇게 멍이 들어도 선배 허락 없이 훈련 중에 치료는 꿈도 못 꾼다.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기수시험 시험지. 응원단을 거쳐간 선배 기수와 이름을 모두 외워야 한다.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기수시험 시험지. 응원단을 거쳐간 선배 기수와 이름을 모두 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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