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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림 객원기자 기자

등록 : 2017.06.23 04:40

논란의 과실, 매실에 대한 7가지 참과 거짓

등록 : 2017.06.23 04:40

매실도 사람만큼이나 과실과 잎, 수형 등이 제각각으로 생겼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유전자원포에서 재배 중인 매실 품종 중 일부. 왼쪽 위 부터 시계 방향으로 운남성 매실, 매향, 소매, 남고, 고성, 백가하, 왕매실. 강태훈 포토그래퍼

매실이 노랗게 물들었다. 장아찌로, 청으로, 술로 한 해치 매실을 빚느라 시장마다 매실 찾는 손길이 분주하다.

중국 쓰촨성과 후베이성이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진 매실은 한국에서 과일보다는 약재로 여겨지곤 한다. 고려시대부터 약용으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고, 현재도 소화를 돕고 피로를 회복하는 가정상비약처럼 소비된다. 최근에는 설탕, 올리고당 등에 재워 매실청을 담가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매실에 대해서는 그러나 오해가 더 많다. 오해를 바로잡고 진실만 남기기 위해 매실에 대한 몇 가지 인식들을 검증해봤다.

6월은 매실의 계절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운남성매실 열매.

① 청매실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있다 - “거짓”

매년 반복되는, 지난해에는 매실 농가를 실의에 빠지게 한 아미그달린-시안화수소 논란은 거짓에 가깝다. 과실의 존재 목적부터 돌아보자. 모든 과실의 목표는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다. 씨앗은 충분히 성숙한 후 퍼져야 번식할 수 있다. 미성숙한 씨앗을 동물이 먹으면 목표가 좌절된다. 그래서 미성숙한 과실은 독성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씨앗이 잘 익으면 과실도 맛있게 익어 짙은 단내를 풍겨 동물을 유혹한다. 아미그달린이 문제되는 것은 매실이 채 익지 않아 과실의 씨앗이 미성숙한 풋매실일 때다. 청매실일 때는 씨앗이 성숙해 단단히 굳어 있기 때문에 씨앗 속 아미그달린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핵과류 연구사 남은영씨도 재차 강조한다. “매실 씨앗에 들어 있는 아미그달린은 열매가 익어가면서 크게 감소하므로 잘 익은 청매실은 독성이 문제 되지 않는다.”

② 풋매실의 아미그달린은 치명적인 독이다 – “거짓”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인 정재훈씨가 정리했다. “아미그달린 자체는 독이 아니다. 베타글루코시데이즈라는 분해효소에 의해 시안화수소라는 유독성분으로 변했을 때가 문제다. 이 분해효소는 매실 씨앗에도 있고, 사람이나 동물의 장내 미생물에도 있다.” 시안화수소가 치명적인 독인 것은 맞다. 치사량이 60㎎에 불과한 강력한 독인 것도 맞다. 그러나 매실을 통해 시안화수소에 중독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남은영 연구사의 의견이다. “중독되려면 덜 익은 풋매실 100~300개를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다만 심한 구토나 복통 같은 중독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덜 익은 매실은 가려내는 게 좋다.”

③ 풋매실도 가열해 가공하거나 술을 담그면 안전하다- 거짓

아미그달린은 열에 약하지 않다. 가열해도 날아가지 않는다. 열에 약한 것은 독성 물질인 시안화수소다. 26℃에 기화된다. 아미그달린은 술을 담그면 술에 용해돼 나온다. 에탄올이 아미그달린의 용해제다. 잘 익은 청매실을 사면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6월 초 망종 이후 수확한 매실은 대부분 청매실이다. 남 연구사에 따르면, 6월 중순 이후 구입하는 매실은 어느 지역, 어느 기후에서 수확한 것 중에도 풋매실은 없다. 단, 품종에 따라 과피 전체가 샛노랗게 변하지 않거나 노란 색을 띠는 시기가 매우 늦은 것도 있다.

가장 많이 재배되는 매실 품종 중 하나인 남고.

④ 크기가 작고 솜털이 남아 있고 골이 깊게 패인 것은 풋매실이다 – “거짓”

매실도 품종이 다양하다. 사람처럼 매실도 유전자에 따라 생김새가 다 다르다. 눈이 작은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눈이 작은 것처럼 매실 중엔 원래 작은 것이 있다. 재래종이라고 부르는 소매는 콩보다 조금 클 뿐이다. 반면 왕매실 같은 품종은 크기가 살구알 정도다. 체모가 유독 짙은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 솜털이 많은 매실도 있다. 쌍꺼풀을 원래 갖고 나오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 자라고도 봉합선이라고 하는 골이 깊게 남아 있는 매실 종도 있다. 외형만 보고는 모른다. 온몸에 푸른 빛을 띄는 매실이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실을 칼로 자르거나 밟아 보는 것. 씨앗이 잘리거나 짓이겨지면 풋매실이다. 농가에서뿐 아니라 사업단 단위로도 매실은 완숙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농촌진흥청도 유통되는 매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⑤ 매실은 청매실, 황매실, 홍매실로 나뉜다 – “거짓”

익은 정도에 따라 매실은 풋매실과 청매실, 황매실로 나뉜다. 풋매실은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덜 익은 매실, 청매실은 씨앗이 단단하게 굳어진 다 자란 매실, 황매실은 청매실이 끝까지 잘 익어 과피에 노란 기운이 돌고 과육이 부드러워진 것이다. 청매실과 황매실이라는 품종 분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홍매실은 남고매실처럼 다 익었을 때 과피가 붉은 빛을 띠는 것을 가리킨다. 품종 분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붙인 별명에 불과하다. ‘꿀참외’‘설탕수박’ 같은 애칭으로 보면 된다. 국내에서 주로 재배되는 매실 품종은 백가하, 남고, 청축, 옥영, 천매, 앵숙, 고성 등이다.

대표적 매실 품종인 백가하.

⑥ 노랗게 다 익은 매실이 가공했을 때 맛이 좋다- 거짓

가공 나름이다. 장아찌를 만든다면 단단한 청매실이, 엑기스나 청, 술을 담근다면 잘 익은 황매실이 향이 좋다. 매실의 이로운 성분으로 꼽히는 구연산은 잘 익을수록 함량이 많아진다. 6월 중순 이후 볼 수 있는 황매실은 당 함량이 풍부한 대신 육질이 무르다.

⑦ 매실의 대부분은 살구와 교잡된 잡종이다- 참

크게는 장미과에 속해 벚나무속 또는 자두나무속으로 분류되는 매실은 살구와 아주 가까운 근연종이다. 서로 꽃가루를 주고 받으며 우연히 잡종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순수한 매실 유전자만 갖고 있는 매실은 크기가 매우 작고, 다 익으면 살구처럼 노란 빛을 띈다. 살구와의 교잡도에 따라 매실은 순수매실과 살구성 매실, 중간계 매실, 매실성 살구, 순수 살구로 나뉜다. 순수매실에는 소매실, 소향, 청축 등이 속하며 살구성 매실으로는 백가하, 장속, 등오랑 품종이 있다. 중간계 매실로는 양로, 홍가하, 영목백, 태평, 태백, 매향 등이 있고, 매실성 살구에는 청수호, 추천대실, 소행, 풍후가 속한다. 자두와 교잡된 품종도 있다. 고전매라는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시행한 관능 평가 결과에 따르면 매실을 엑기스로 만들었을 때 살구와 교잡이 덜한 품종일수록 평이 좋았다.

▦매실청 잘 담그는 팁.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말려 이쑤시개로 매실 꼭지를 제거한다.

2. 진액이 잘 우러나올 수 있도록 이쑤시개로 과육의 2,3군데를 찔러준다.

3. 열탕 소독한 병에 손질한 매실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넣는다. 올리고당을 사용할 때는 매실, 설탕, 올리고당을 5대 3대 2의 비율로 넣는다.

4. 설탕이 다 녹기 전까지는 내용물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번씩 병을 굴려준다.

5. 3개월 이상 서늘한 곳에서 숙성시킨다.

전주=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강태훈 포토그래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유전자원포 매실밭 전경. 50여 가지 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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