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적 제재조치 예고 속 동맹국으로서 외면하기 어려워
정부 겉으론 "美대응 적절" 불구 남북 간 다룰 의제 제동 불가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대북 제재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악재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대북 공조를 위해 오바마 정부의 조치에 일단 ‘적절한 대응’이라는 뜻을 밝혔으나 남북 정상회담까지 앞두고 대화국면을 전개하고 있는 마당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상회담을 향한 남북관계에 걸림돌 되나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에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북미갈등이 격화한다면 우선 한반도 정세 전체가 불안해 질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나온 3일 “민족화해의 기운데 찬물을 끼얹고 북과 남의 대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오바마 정부가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추가적 대북제재 조치를 강행한다면 동맹국인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동참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 경우 남북 대화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른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서 남북 협의보다는 한미 조율이 우선시 될 수 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미국과 별도의 독자행동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1월 중 남북 대화가 열려도 실익 없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정상회담 또는 남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청했다는 점에서도 북미갈등은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물이다. 남북대화 성사를 위해 우리 외교안보 부처에서 2월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의 유예나 축소도 검토하고 있지만 북미 갈등이 격화하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제재조치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남북대화 진전에 미국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물론 정부에서는 “사이버 테러와 관련한 북미 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에 대한 후속 대응조치를 예고한 만큼 해당 사건에 국한되는 보복 조치일 뿐 남북관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정부, 속으론 가슴앓이
정부는 공식적으로도 미국의 조치와 남북관계를 분리하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정부는 “금번 소니사 해킹 건을 포함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등의 행위 및 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 조치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무ㆍ안보적 사안은 분리 대응한다는 기조 하에 미국과의 원칙적 대북 공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남북대화를 주도하면서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강경한 대응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남북관계 진전은 한층 복잡해진 함수 문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가진 실효성을 감안하면 남북관계도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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