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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살기 좋아졌냐구요? 아직 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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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살기 좋아졌냐구요? 아직 멀었어요”

입력
2017.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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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시설 늘었지만 실생활 곳곳 불편

1인 1휴대폰 세상에 A/S 받는 것도 불편

문화ㆍ체육시설도 부족해 여전히 원정 가 갈증 해소

세종시 3생활권에 있는 주유소. 가격표에 표시된 기름값이 1,500원 중반에 육박한다. 세종시에는 주유소가 많지 않은 데다 가격도 인근 대도시보다 비싸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세종시 3생활권에 있는 주유소. 가격표에 표시된 기름값이 1,500원 중반에 육박한다. 세종시에는 주유소가 많지 않은 데다 가격도 인근 대도시보다 비싸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4년 전 세종시 신도시(행정도시)로 이사 온 A(49)씨는 이달 초 차가 고장 났지만 제 때 조치하지 못해 낭패를 겪었다. A씨는 당시 시동을 걸었다가 무서운 굉음만 날 뿐 시동이 걸리지 않아 가입한 자동차 보험 출동 서비스에 사정 얘기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긴급출동이 많아 오늘은 오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엔진오일 보충 서비스를 해 달라고 하니까 출동할 수 있는 직원은 적은데 신고가 너무 많아 내일이나 가능하다고 했다”며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갔지만 다음날 택시를 타고 다시 나와 엔진오일을 보충한 뒤 정비센터로 가야 했다”고 말했다.

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B(41)씨는 지난달 스마트폰이 고장 나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 부품이 없어 3일 뒤에야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B씨는 “서비스센터에서 고쳐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동안 기다리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세종시 신도시의 정주여건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 신도시 내 편의시설은 5,692개로 조사를 시작한 2013년(609개)보다 9배(5,083개)나 늘었다.

음식점과 학원, 이미용시설, 병의원, 약국 등이 특히 많아졌다. 세무사와 법무사 사무실도 속속 들어서면서 각종 세무ㆍ법률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2년 세종시 출범 당시 쇼핑, 교육 등 편의시설 부족으로 대전 등 인근 대도시까지 오갈 때와 비교하면 정주 여건이 한층 좋아진 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민들은 생활 곳곳에서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휴대폰 수리 문제다. 휴대폰은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서비스센터가 없어 인근 도시로 원정 가는 일이 다반사다. 아이폰의 경우 ‘애플수리센터’가 아예 없어 시민 대부분이 대전까지 가야 한다. LG휴대폰은 서비스센터는 있지만 부품이 많지 않아 수리하는데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극장 등 문화생활도 여의치 않다. 2015년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종촌동에 CGV영과관이 입점했지만 시민들의 문화 갈증은 여전하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많아 예전처럼 대전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편의시설 가운데 하나인 백화점 문제도 요원하다. 그나마 롯데백화점이 이달 말 세종시에 리빙 전문점인 ‘엘큐브 리빙 세종점’을 열 예정이어서 일부 쇼핑ㆍ문화 갈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부인과도 출산까지 할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해 대전이나 청주 등 인근 대도시로 원정 가는 ‘예비엄마’들이 많다. 주유소도 신도시에 7곳 밖에 없는 데다 가격도 비싸 주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교통도 신규 입주 아파트 등을 감안해 노선을 짜다 보니 혼선이 종종 빚어져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 아직 문화ㆍ체육시설도 아직 마땅치 않아 인근 대도시에 의존하고 있다.

대전에서 살다가 1년여 전 세종시 신도시로 이주해 온 C(46)씨는 “주유소도 몇 곳 없고, 기름값도 대전보다 50원~100원은 비싸다. 다른 편의시설이나 서비스도 아직 한참 멀었다. 신도시라는 특성은 있겠지만 살기 좋아졌다고 해 왔는데 아직은 대전보다 훨씬 불편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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