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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류 막장 드라마

입력
2016.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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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후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탑승객 대기실 TV 앞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우리의‘연예가 중계’ 같은 오락 프로그램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했다. 특이한 건 대통령 사진 옆으로 같은 크기의 유령 그림이 떠올랐다. 무당이나 혼령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순실 일가의‘무당 통치’를 상징하는 그림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 아래로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ㆍ조직도가 얼굴 사진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일본 연예인들이 사회자들과 킥킥대는 장면이 마치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1997년 외환위기로 우리 사회가 초토화되면서 돌연 ‘박정희 신드롬’이 나타났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장례식을 치른 지 18년 만이었다. 당시 한보 사태에 이은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대한 구속은 문민정부의 개혁 의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직장을 잃고 거리로 쫓겨나야 하는 절망적 경제 상황은 강력한 지도자와 경제발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문민정부에 대한 절망은 군사독재에 대한 공포를 희석시켰다. 그래서 ‘박정희 신드롬’에는 퇴행적 허무주의와 낭만주의 냄새가 물씬 배어났다.

▦ 박 대통령은 ‘박정희 신드롬’을 타고 정계에 입문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이 1998년 4ㆍ2 보궐선거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박 대통령은 그전까지만 해도 공직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만으로도 대구 달성군은 화제의 선거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즈음부터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가에게 수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기 시작, 대통령이 될 때까지 최씨 일가의 지원을 받았다. 이게 화근이었고 막장 한류 드라마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 인간 박근혜는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아버지의 후광 효과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능력에 비해 과다한 자리였지만, 비운의 최후를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국민은 이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과격하지 않더라도 청와대를 물리적으로 위협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국민이 촛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민정수석 법무부장관 등 최측근이 등을 돌렸다. 국무위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는 것이 순리에 맞을 것이다. 외국 관광객에게 청와대가 막장 드라마의 관광 메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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