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현장에서] '신뢰ㆍ창의ㆍ간절함'으로 뭉친 목포시청, 칼레의 기적?

알림

[현장에서] '신뢰ㆍ창의ㆍ간절함'으로 뭉친 목포시청, 칼레의 기적?

입력
2017.08.10 18:13
0 0

김정혁 감독./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내셔널리그(3부) 목포시청과 K리그 챌린지(2부) 성남FC의 2017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8강전을 30분 앞둔 때였다. 경기 장소인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그라운드에선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다.

프로팀답게 체계적으로 훈련 중이던 성남 선수들과 달리 ‘실업팀’ 목포시청 선수들은 꽤나 자유롭게 몸을 풀고 있었다. 좋게 보면 편안한 분위기였고, 달리 보면 체계적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목포시청의 반란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예상과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이름값을 앞세운 성남보다는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목포시청이 훨씬 강했다. 전반 2분 만에 정훈성(23)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나간 목포시청은 전반 24분 이인규(25)의 헤딩슛으로 순식간에 2점 차로 달아났다. 이어 전반 42분엔 상대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낸 코너킥을 김영욱(23)이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승리를 예감했다.

과정도 좋았다. 목포시청은 프로팀을 상대로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았다. 3-0으로 이기고 있던 전반 직후 하프타임에도 성남과 달리 목포시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대거 나와 훈련에 임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폭넓게 활용하며 패싱 훈련에 몰두했다.

목포시청은 수비 조직력도 일품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 패스를 차단하는 수비도 나왔다. 후반에도 성남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목포시청은 2008년 고양 국민은행 이후 내셔널리그 소속팀으로는 9년 만에 FA컵 4강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FA컵 4강 이상에 오른 것은 목포시청이 역대 5번째다. 2005년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준우승, 인천 한국철도가 4강의 파란을 일으켰고, 2006년과 2008년 고양 국민은행이 4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 6승6무6패(승점 24)로 내셔널리그에서도 5위에 처져 있는 목포시청이 챌린지 4위(8승9무6패ㆍ승점 33)를 달리고 있는 성남을 물리친 것은 대이변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칼레의 기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구멍가게 주인, 배관공, 정원사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4부 리그 팀 칼레가 1999-2000시즌 FA컵에서 상위권 팀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준우승까지 차지한 이변을 가리킨다.

앞서 32강과 16강전에서 각각 양평FC(1-0 승), 포천시민축구단(1-0 승) 등 4부리그격인 K3 팀들을 누르고 창단 8년 만에 처음으로 FA컵 8강에 오른 목포시청은 이날도 완벽한 경기력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땐 목포시청이 오히려 챌린지 프로팀 같았다”고 놀라워 했다.

목포에서 성남까지 장거리 이동(333.42km)과 상대 응원단의 야유도 목포시청 선수들의 집념을 가로막진 못했다. 이날 눈에 띈 목포시청 원정 응원단은 어림잡아 15명 정도에 그쳤다.

‘승장’ 김정혁(49) 목포시청 감독은 경기 후 선수와 코칭스태프간 신뢰가 FA컵 돌풍의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런 경기력이 나올 수 없다. 믿음이 승리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이 잘 뭉쳐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압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선수들의 창의성을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팀으로서 프로팀을 꺾고자 하는 목표의식도 강한 전력의 밑거름이 됐다. 김 감독은 1997년과 2007년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에서 각각 선수와 코치로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강산이 한 번 더 변한 올 해는 감독으로서 기적을 써내려 가고 있다.

이날 다른 8강전에서는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가 클래식 소속의 전남 드래곤즈를 3-1로 물리쳤다. 부산은 4년 만에 FA컵 4강에 안착했다. 클래식의 수원 삼성은 광주FC를 연장 접전 끝에 2-1로, 울산 현대는 상주 상무를 3-1로 누르고 각각 4강에 올랐다. FA컵 4강 대진은 다음 달 추첨을 통해 결정되며 경기는 10월11일 또는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성남=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김소영-오상진 “매니저도 눈치 못챈 비밀연애” 어떻게?

‘MBC 양치 사건’ 배현진, 악플러에 “MBC 찾아오세요^^”

강다니엘 ‘에너제틱’ 수납 논란...“무대 직캠 분석해봤더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