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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한일 위안부 협정 파기하고 재협상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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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한일 위안부 협정 파기하고 재협상 이뤄져야”

입력
2018.08.12 13:45
수정
2018.08.12 19:5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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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내일 기림일 맞아 전시ㆍ공연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치러

“ 할머니들 지금도 악몽 시달려

생전 日 공식사죄 받는 게 소원”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기림일(8월14일)을 앞두고 안신권 경기 광시 나눔의 집 소장은 12일 “정치권이 뜻을 모아 한일위안부합의 파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제공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기림일(8월14일)을 앞두고 안신권 경기 광시 나눔의 집 소장은 12일 “정치권이 뜻을 모아 한일위안부합의 파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제공

“기림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민족의 수난사를 국내외에 바로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에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시대 태어난 여성이라면 누구나 위안부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인데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린 왜곡된 인식을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을 때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생전에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리기 위해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정한 날이다. 국내에서도 그 이듬해인 2013년부터 기림일 행사가 이어져왔으나 모두 민간 차원이었고, 국가 기념일로 치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는 기림일을 전후로 전시회와 문화공연 등 다양한 공식행사를 마련한다. 기림일 당일(14일)에는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위안부 피해자 제막식을 진행한다. 1976년 설립된 망향의 동산에는 김 할머니 묘소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장돼 있다.

나눔의 집은 전날(11일)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야외광장에서 기림일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선 자원봉사자들의 성악, 해금 연주, 전통 북 퍼포먼스 공연이 펼쳐졌고,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자 생애사 책자(내 이름은 위안부가 아닙니다. 나는 김순덕입니다) 500부를 무료 배포했다.

기림일이 국가기념일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안 소장은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19대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기림일을 국가 지정일로 기념하는 내용의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극렬히 반대한 때문이었다. 안 소장은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 제 나라 국민이 아닌, 전범국가인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2016년 20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하고,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여야가 뒤바뀐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다시 상정돼 지난해 12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본은 개정안이 가결되자 항의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안 소장은 기림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맺었던 ‘한일 위안부협정’을 파기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그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할머니들의 건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할머니들의 마지막 한을 풀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나눔의 집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분이 거주 중이나, 평균 연령이 93세일 정도로 고령이다.

안 소장은 “4분 정도 거동이 가능하고 그 중에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할머니는 2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머니 대부분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데다, 어린 나이에 장기간에 걸쳐 고초를 당하면서 잠자리에서도 악몽을 꾸고 소리를 지르는 후유증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의 가장 큰 소원은 ‘생전’ 명예회복이라고 했다. “일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는 모습을 눈물조차 메말라 버린 주름진 그 두 눈으로라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약속한 재협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권을 잡은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 대해 할머니들의 분노가 크다”고 했다.

안 소장은 “합의 무효화를 서둘러 선언하고, 잘못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일본에게서 받은 10억엔도 돌려줘야 한다는 게 할머니들의 뜻”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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