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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가 살린 막장드라마

입력
2015.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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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일일극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 필리핀에서 온 남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김민교. 인터넷 캡처
KBS1 일일극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 필리핀에서 온 남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김민교. 인터넷 캡처

“아주머니 개차스니까(괜찮습니까)?”

KBS1 일일극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남순 버젤리오 리’를 연기하는 배우 김민교(42)는 ‘ㄴ’ ‘ㅂ’ 받침을 곧잘 빠뜨리고 말한다. 그는 첫 등장부터 어눌한 말과 표정으로 웃음을 빵 터뜨리게 하더니 결국 ‘당신만이 내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김민교는 지난해 11월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무대 위에서 강남길 이효춘 성혁 한채아 등 주연 배우들의 맨 끝에 간신히 서있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청자들은 그에게 주인공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편과 딸을 버리고 부잣집 며느리가 된 엄마, 필리핀에서 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모진 부정, 좋아하는 남자를 빼앗기 위해 사기, 협박을 일삼는 부잣집 딸 등 막장 코드로 점철된 드라마의 한계 때문이다. 볼거리가 없으니 김민교의 완벽한 필리핀인 연기가 눈에 띄는 건 당연하다. 그 결과 김민교의 분량은 올해부터 부쩍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매 장면마다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론 작가의 속도전도 문제였다. 지수연(이효춘)과 그가 버린 딸 송도원(한채아)의 모녀 관계가 밝혀지면서 김민교의 분량이 더 늘어났다.

김민교는 깜짝 놀라는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던 tvN ‘SNL코리아’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사장닌 그건 아니니다(사장님 그건 아닙니다)” “난수니 도라가겠스니다(남순이 돌아가겠습니다)” 등으로 확실하게 자기 캐릭터를 구축한 것도 모자라 걸그룹 EXID의 ‘위 아래’ 춤까지 추는 열정으로 드라마를 살린 일등공신이다.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 극 초반 카메오로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성원에 주연자리를 꿰찬 배우 김수미. MBC 제공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 극 초반 카메오로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성원에 주연자리를 꿰찬 배우 김수미. MBC 제공

출생의 비밀은 물론 사기, 협박, 복수가 난무하며 지난 8일 종영한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는 김수미 카드로 재미를 봤다. 드라마 속 주인공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김수미가 “와다시와” “스미마셍” 이라며 능청맞게 일본인 흉내를 낸 장면은 눈에 선하다. 극 초반부에 감옥의 수감자 중 한 명으로 특별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재등장하기를 반복,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둔 그녀. 함께 출연한 여배우조차 “김수미의 애드리브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을까.

진정한 가족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시종일관 갓난아이를 뺏기고 빼앗는 답답한 줄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KBS2 일일극 ‘달콤한 비밀’에도 스타가 있다. 바로 티파니로 나오는 8개월 된 쌍둥이 김연아, 김승아 자매다. 어린 아역 배우의 일등조건이 울지 않고 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딱 맞는 캐스팅이다. 심지어 주인공들을 제치고 드라마 클로징 화면에 큼지막하게 얼굴을 내밀 정도니 ‘작가의 필력’을 문제 삼는 시청자들의 찌푸린 미간을 그나마 풀어주기에 충분한 감초다. 감초 조연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그밖에 기대할 게 없는 막장 드라마를 탓해야 할지 씁쓸하기만 하다.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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