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빈 기자

등록 : 2018.07.23 04:40

계엄 세부문건 4개월간 비공개∙잇단 구설수… ‘풍전등화’ 송영무

등록 : 2018.07.23 04:40

군 투입∙언론 통제 계획 등 담긴

67쪽의 세부자료 최근까지 함구

문 대통령 직접 제출 지시에도

이유 없이 사흘 뒤늦게 이행

“여성이 행동거지 조심해야”

“마린온 유족, 의전 때문에 짜증”

잇단 설화에 청와대 고심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논란의 화살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향하고 있다. 송 장관이 당초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로 드러난 8쪽 분량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하 수행방안) 문건 외에도 계엄 선포 이후 군의 행동 계획을 담은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이하 세부자료)의 존재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여기에 구설수 장관이란 오명까지 따라붙으며 취임 후 최대의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

청와대가 20일 추가로 공개한 세부자료에는 국가정보원 동원 및 언론 통제 계획과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한 계엄해제 표결 무산 방안, 광화문과 여의도에 대한 계엄군 투입 계획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보고받은 송 장관의 대처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2일 국방부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세부자료를 보고받았다. 당초 이철희 의원이 지난 5일 공개한 수행방안 문건을 보고 받을 때 부속 자료까지 모두 보고 받았으나 최근까지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함구해 온 것이다.

앞서 송 장관은 지난 16일 수행방안 문건을 지난 3월 보고받고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남북 정상회담과 6ㆍ13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 등 ‘정무적 판단’에 따라 비공개 해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계엄군의 세부 행동 계획까지 담은 자료까지 송 장관이 지난 3월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새롭게 드러나며 4개월간 문건을 비공개한 송 장관의 정무적 판단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냐는 의문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청와대에 세부자료를 제출했지만 그 과정도 석연치 않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말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며 세부자료는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세부자료 존재는 16일 기무사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단이 기무사로부터 관련 USB(이동식저장장치)를 제출 받는 과정에서 인지됐다. 특수단은 18일 국방부에 이 세부자료를 요구해 받아냈고, 국방부는 19일 청와대에 자료를 별도로 제출했다. 세부자료 존재가 특수단에 의해 드러난 뒤에야 청와대에 제출한 셈이다. 뭔가 숨기려 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기무사 문건 관련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던 지시를 사흘이나 지난 뒤에야 이행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도 문건 내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에 비공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자료 제출이 늦어진 데 대해선 “청와대 제출을 준비하는 과정이 길어진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송 장관 책임론은 최근 각종 구설수와 맞물리고 있다. 이달 초 “여성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성차별로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데다 20일 국회에서 해병대 마린온 사고와 관련 “유족들이 의전 문제 때문에 짜증이 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송 장관이 불필요한 구설수에 자꾸만 휘말리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전만 해도 송 장관은 개각 대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지만, 최근에는 특수단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기무사 개혁을 포함한 국방개혁이라는 중책을 떠맡고 있는 송 장관을 교체할 경우 자칫 국방개혁 동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부담 때문에 아직까지는 개각 폭을 최소화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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