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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친정 수사 방해’ 혐의 검사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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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친정 수사 방해’ 혐의 검사 극단적 선택

입력
2017.11.0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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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소속 변호사 자살 이어

당시 TF 파견 변창훈 검사도 투신

심리적 압박에 치욕감 느낀 듯

“억울하고 원통… 살기 싫다”

투신 전 지인에 문자 메시지

文총장, 애도의 뜻 표하고 눈물

문무일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변창훈 검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 검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직전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변창훈 검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 검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직전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던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가 6일 투신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2명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 검찰은 당혹감을 내비치면서 수사에 미칠 영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동 한 법무법인 사무실 건물 4층에서 도로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4시쯤 숨을 거뒀다.

변 검사는 이날 오후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앞두고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았다. 그러다가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뜬 뒤 4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유족과 법무법인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변 검사는 투신 전 지인에게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살기 싫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에 파견돼 법률보좌관을 맡다가 내부 ‘현안 태크스포스(TF)’에 소속돼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한 위장사무실을 차리거나 직원의 재판 위증을 교사하는 등 국정원 댓글수사ㆍ재판 방해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검사장과 실무TF 팀장이던 이제영 파견검사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변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힌 뒤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눈물을 흘렸다. 변 검사의 부인은 이날 빈소를 찾은 조문객에게 “국정원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아이 아빠한테 다 뒤집어씌웠다”며 “너무나도 원통해하고 억울해 했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1997년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등 공안 요직을 두루 거친 변 검사는 모나지 않은 성품으로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터라 그가 국정원 불법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자 반신반의하는 검사가 많았다.

하지만 변 검사는 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국정원 수사팀의 후배 검사에게 동향을 묻거나 관련 자료를 가진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와 수시로 전화 통화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자신이 보관 중이던 TF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했지만, 이미 국정원 측에서 그가 보관하던 자료들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을 다녀간 뒤에도 변 검사와 통화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 진술과 관련 자료 내용을 들은 변 검사가 본인의 혐의를 가늠해 보고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달 30일 정 변호사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변 검사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크다.

변 검사는 검찰에서 “당시 TF 활동에 적극 개입하진 않아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역대 국정원 파견검사들이 국정원 TF에 소속된 적이 전혀 없는데 유독 당시 파견검사들만 가담한 점, 변 검사가 TF 활동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 등을 추궁 받자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실제로 국정원 파견검사가 친정 수사를 방해한 경우는 전례가 없어서 사법처리는 치욕적인 일로 여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검찰의 강압 수사 탓이라거나 억울함의 극단적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오지만 검찰은 “검사뿐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을 수사하면서 강압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20년 간 지켜왔던 ‘대한민국 검사’라는 자존심과 명예 추락이 더해져 비극이 일어난 것 같다”며 “안타깝고 황망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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